캄보디아, 납치·피싱 '쉬쉬' 中조직엔 '셰셰'… 30년 고인 권력, 썩었다

캄보디아, 납치·피싱 '쉬쉬' 中조직엔 '셰셰'… 30년 고인 권력, 썩었다

박상혁 기자, 조성준 기자, 김서현 기자, 박진호 기자, 조준영 기자
2025.10.17 04:10

훈 센 가문 장기집권 체제로 부정부패 만연·범죄와 유착
캄 반정부인사 국내 체류… 한국인 더딘 송환 배경 꼽혀
국제법 '정치범 불인도 원칙' 난감…'강제추방' 대안거론

16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재외국민 사건·사고 현황'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및 실종 신고 건수는 2021년 9건에 불과했다. 이후 △2022년 32건 △2023년 60건 △2024년 282건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272건이 접수됐다. 과거 한국인 대상 범죄가 잦았던 다른 동남아 국가들을 압도하는 수치다.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와 베트남 국경지역 쯔러이톰에 위치한 온라인 스캠 범죄단지. 현지인들에 따르면 이 단지들은 최근 1~2년 새 생겼다. 범죄조직들은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자 눈을 피하기 위해 국경지대로 거점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쯔러이톰(캄보디아)=뉴스1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와 베트남 국경지역 쯔러이톰에 위치한 온라인 스캠 범죄단지. 현지인들에 따르면 이 단지들은 최근 1~2년 새 생겼다. 범죄조직들은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자 눈을 피하기 위해 국경지대로 거점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쯔러이톰(캄보디아)=뉴스1

전문가들은 캄보디아가 범죄 근거지로 전락한 이유를 정치·구조적 배경에서 찾는다. 인접한 동남아 국가들도 완전한 민주주의 체제는 아니지만 캄보디아는 훈 센 전 총리의 장기집권으로 유독 권위주의 체제가 공고하다고 분석했다.

박진영 전북대 동남아연구소 연구원은 "캄보디아는 30년 넘게 훈 센이 통치하다 아들 훈 마네트로 권력을 세습하면서 권위주의 체제가 고착된 상태"라며 "정치적 견제가 사라진 사이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중국 범죄조직이 정재계 고위인사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며 비호세력이 됐다"고 말했다. 또 "구조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단속을 강화하자 범죄조직들이 인근 동남아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캄보디아를 근거지로 삼은 것"이라며 "특히 캄보디아엔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돼 이동이 더 쉬웠을 것"이라고 했다.

범죄단지는 주로 캄보디아 국경지역에 형성됐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와 태국, 베트남 국경에 사이버 사기·감금시설이 다수 운영되고 있다. 전날 정부가 '여행금지' 조치를 취한 캄폿주 보코산 지역, 바벳시, 포이펫시 모두 국경이나 해안에 인접했다.

캄보디아 현지 여행사 대표 A씨는 "범죄단지로 꼽히는 지역은 현지 공항에서 픽업해 데려가는 폐쇄적인 구역이라 일반 여행객이 접근할 일은 거의 없다"며 "최근 태국과 캄보디아 분쟁 이후 육로이동이 줄면서 국경단속이 느슨해졌고 단속이 이뤄져도 곧바로 국경을 넘어 도주하기 쉬운 구조여서 포이펫 등에 범죄단지가 형성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캄보디아 당국은 올해 들어 한국의 범죄인 인도요청에 사실상 협조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배경에는 정치범 송환 갈등이 있다. 국내 체류 중인 캄보디아 반정부 인사인 부트 비차이 등 2명에 대한 송환이 없는 한 캄보디아에서 체포된 한국인 범죄자들을 인도해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제법 기본원칙인 '정치범 불인도 원칙'에 위반되는 요구인 만큼 당국은 난감한 상황이다. 캄보디아에 구금된 한국인을 빼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정치범 송환을 정책적으로 결정하려 해도 법원의 최종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라 실현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에 정부는 외교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법무부는 2023년 1월부터 동남아시아공조네트워크(South East Asia Justice Network·SEAJust)를 통해 형사사법 공조를 맡는 각국 중앙기관들과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법무부는 매년 유엔마약및범죄사무소(UNODC)에 공여하는 20억원 규모 ODA(공적개발원조)의 절반가량을 공조 네트워크에 쓰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범죄조직의 고문으로 숨진 한국인 대학생에 대한 공동부검도 공조 네트워크가 작동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만 여전히 정치범 송환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캄보디아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 80여명에 대한 송환협의는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이에 범죄인 인도절차 대신 강제추방이 신병을 건네받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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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박상혁 기자입니다.

조성준 기자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정원, 보훈부를 출입합니다. 외교·안보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쉽고 재미있게 현안을 전달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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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영 기자

안녕하세요. 기획실 조준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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