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의 주요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채 해병 특검팀의 정민영 특검보는 20일 오전 언론 브리핑에서 "특검팀은 그동안 채 해병 순직 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과 관련해 집중 수사를 이어왔고 이날 오전 이 전 장관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40분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이 대규모로 구속영장은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속영장 청구 대상은 이 전 장관을 비롯해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총 5명이다. 이 전 장관에게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외에 공용서류무효, 허위공문서작성·행사, 모해위증, 공무상비밀누설,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팀은 "피의자 5명은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범행의 중대성이 인정되며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구속 상태에서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5명은 채 해병 사건에 대한 수사외압의 주요 피의자들이다. 수사외압 사건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해병 순직 사건을 관련 법령에 따라 경찰로 이첩하려 했으나 경찰로 인계된 사건 기록이 무단으로 회수되면서 불거졌다. 이후 채 해병 사건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됐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여단장 등이 포함된 8명의 혐의자가 2명으로 줄어드는 방식으로 축소됐다. 채 해병 초동 조사를 맡았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보직 해임당한 뒤 항명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기소되기도 했다.
정 특검보는 "일련의 과정에서 윗선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단 의혹이 국회와 언론에 제기됐으나 국방부 장관 및 국방부 관계자들은 박 대령 항명 사건 법원에 출석해 박 대령에게 유죄가 선고되게 할 목적으로 허위로 증언했고 국회에 출석해서도 사실과 다른 말을 함으로써 진상을 은폐했다"며 "국방부는 허위 정보가 담긴 언론 보도자료 및 국회 답변자료를 배포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팀은 그간 대통령실, 국방부 등의 부당한 수사 개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며 "공직에 있던 여러 피의자가 공모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 등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이 5명의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에는 '증거 인멸'과 '진술 맞추기' 위험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사건 당시 사용하던 휴대폰을 교체하거나 특검팀 출범 전부터 입장 등 입을 맞춘 정황을 다수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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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특검보는 "여전히 당사자들이 직접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해 진술 등을 맞출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여전히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구속 수사를 통해 증거인멸이나 진술을 맞추는 등 위협을 차단한 상태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직권을 남용해 사건의 이첩 보류를 지시하고 순직 사건 수사 결과를 재검토하는 일련의 과정에 개입해 혐의자를 축소하는 데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보좌관은 이 전 장관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 전 보좌관은 채 해병 사건 관련 수사가 이뤄지던 2023년 7∼8월 이 전 장관, 김 전 사령관 등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수사 외압을 행사했단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장관과 박 전 보좌관은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지자 여론을 수습할 명목으로 법무관리관실을 통해 대통령 격노 및 수사 개입은 모두 허구이며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정당했다는 취지의 허위 공문서를 작성 및 행사한 혐의도 있다.
김 전 단장은 국방부검찰단 수사 인력이 경북경찰청에 넘어간 순직 사건 조사기록을 위법하게 회수하고 박 대령을 집단항명수괴로 입건해 부당하게 수사·기소하도록 지휘한 혐의를 받는다. 유 전 관리관은 해병대 측에 혐의자 축소 등을 요청하고 국방부조사본부의 기록 재검토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다.
김 전 사령관은 채 해병 순직 사건 당시 해병대 최고 지휘관이었다. 김 전 사령관은 채 해병 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 대령에게 윗선의 외압이 가해지는 과정과 관련해 모해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한 차례 모해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된 바 있다. 이날 청구된 구속영장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 당시 허위 증언으로 국회증언감정법 위반과 수사 과정에서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추가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번주 중에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