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돈줄' 타고 위로, 더 위로…경찰이 노리는 진짜 타깃은

캄보디아 '돈줄' 타고 위로, 더 위로…경찰이 노리는 진짜 타깃은

김미루 기자
2025.10.20 16:18
캄보디아 송환 피의자들이 20일 충남 홍성 대전지법 홍성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홍성지원에서는 충남경찰청에서 사기 혐의로 수사받는 캄보디아 송환자 45명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다. /사진=뉴스1.
캄보디아 송환 피의자들이 20일 충남 홍성 대전지법 홍성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홍성지원에서는 충남경찰청에서 사기 혐의로 수사받는 캄보디아 송환자 45명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다. /사진=뉴스1.

캄보디아 현지 수용시설에 구금됐던 피의자 64명이 국내로 송환되면서, 한국 경찰의 캄보디아발(發) 피싱·스캠 범죄 수사가 본격화됐다. 미국이 최근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을 조직적 사기와 강제노동 혐의로 기소하며 가상자산 계좌까지 추적한 것처럼 한국 경찰 수사도 '돈줄'을 타고 윗선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송환된 피의자 64명은 전세기 탑승 즉시 긴급체포돼 전국으로 분산 수감됐다. 경찰은 48시간 내 구속영장 신청을 위해 강도 높은 피의자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기준 캄보디아 송환자 64명 중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는 58명이다. 기존에 구속영장에 발부됐던 피의자 1명에 대한 영장도 집행됐다.

경찰은 대학생 박모씨 사망으로 불거진 △납치·감금 피해 △인력공급 조직 운영 의혹뿐 아니라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 구조 △스캠 단지 현황 등 의혹 전반에도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서울경찰청도 범죄조직 배후로 지목된 프린스 그룹 전담팀을 구성하고 첩보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윗선 수사 열쇠 ①계좌 관리자 ②현지 압수물 ③국제 공조
프린스 그룹 조직원들이 천즈 회장 지시에 따라 범죄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빈번히 폭력과 강압을 사용했다는 정황. 미국 법무부가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낸 기소장 속 사진. /사진=미국 법무부 기소장 갈무리.
프린스 그룹 조직원들이 천즈 회장 지시에 따라 범죄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빈번히 폭력과 강압을 사용했다는 정황. 미국 법무부가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낸 기소장 속 사진. /사진=미국 법무부 기소장 갈무리.

이번 수사의 핵심은 계좌 관리자나 가상자산 지갑 운용자를 타고 윗선 지휘부로 연결되는 고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피싱 단속 수준에 그치지 않으려면 조직 전모 수사로 확대해야 한다.

현지 압수물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송환은 의미가 있다. 경찰은 캄보디아 경찰, 이민당국으로부터 범죄 단지 내에서 쓰이던 PC와 휴대전화 등 압수물을 인계받아 조사하고 있다. 피의자들이 사용하던 SNS(소셜미디어) 계정이나 금융앱, 가상자산 지갑 등에서 조직 지시 체계나 자금 흐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가 관건이다.

현지 당국의 공조와 협조는 넘어야 할 산이다. 현재 송환된 피의자들 조사를 통해 단서를 수집하더라도 총책, 조직원을 붙잡거나 PC, 휴대전화, 이동식저장장치 등 추가 압수물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지 경찰의 공조가 필수적이어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금 전국에서 적색수배 걸어둔 피의자가 이미 많고 조사를 통해 공범 수배도 더 이뤄질 것"이라며 "현지 경찰이 어디부터 단속해주는지에 따라 운명처럼 수사 개시 여부가 결정되고 있어 적절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 법무부, 천즈 가상자산 지갑 주소 특정
천즈 프린스 그룹 회장 가상자산 지갑 내 25개 주소. /그래픽=김다나 기자.
천즈 프린스 그룹 회장 가상자산 지갑 내 25개 주소. /그래픽=김다나 기자.

이번 기회로 국내 수사기관이 미국처럼 윗선의 자금흐름을 추적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14일 천 회장을 조직적 사기, 강제노동, 자금세탁 등 혐의로 기소하고 천 회장이 거둬들인 범죄수익금을 약 12만7271개 비트코인(약 150억달러)이라고 보고 몰수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범죄수익금 추산을 위해 미국 수사기관은 이미 천 회장의 가상자산 지갑을 파악한 상태다. 미국 뉴욕동부지검 검사가 법무부를 대리해 천 회장에 대해 낸 몰수 소장을 보면, 미국 수사팀은 2020년까지 천 회장의 가상자산 지갑 내 25개 주소와 개인 키를 확보하고 통제 중이다. FBI 가상자산 분석관들은 천 회장의 지갑 주소가 분류된 방식과 자금 조달 패턴까지 파악했다. 브루클린 소재 업체에서 자금세탁을 거친 정황도 드러났다.

한국 경찰의 수사도 강력범죄 중심에서 자금추적 단계로 확장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감금·폭행·살인·강제노동 같은 강력범죄 수사는 물론, 미국처럼 가상자산 지갑과 계좌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범죄수익을 몰수·환수하는 구조가 병행돼야 조직 전모가 드러난다는 이야기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금 세탁에 대해서는 정보가 제한적인 상황인데 송환되는 피의자 중에 단순 콜센터 상담원이나 통장 명의자가 아니라 자금세탁 조직원이 있다면 수사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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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루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미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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