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고환율에 멍드는 서민경제③밀가룻값 상승에 치솟는 칼국수 가격

대표적인 '서민 음식' 칼국수 가격이 무섭게 오른다. 환율 상승으로 밀가룻값이 오른 결과다. 소비자들은 지출 부담을 호소하고, 상인들은 재룟값 상승에 수지가 안 맞아 버티기 어렵다고 한숨을 쉰다.
3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에서 칼국수 평균 가격은 9846원으로 2024년 12월 9385원 대비 4.91% 올랐다. 참가격에서 가격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 소비자 선호 외식 메뉴 8종 중 가장 큰 가격 상승 폭이다.
서울 내 칼국수 평균 가격은 2021년 12월 7615원에서 △2022년 12월 8538원 △2023년 12월 8962원 △2024년 12월 9385원 △2025년 10월 9846원으로 지속해서 올랐다. 약 4년 만에 29% 넘게 상승했다. 조만간 평균 1만원을 넘길 기세다.

환율 상승 여파로 밀가루 등 재룟값 부담이 크게 늘어서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는 2021년 12월 108.47에서 2022년 12월 138.17로 급등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밀값이 뛴 영향이다. 이후에도 △2023년 12월 137.59 △2024년 12월 137.43 △2025년 11월 135.57 등으로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밀가루 가격 상승은 고환율 영향이다. 국내에서 쓰는 밀은 대부분 수입산이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바로 뛸 수밖에 없다. 2023년 말 1289.4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70원대까지 급등한 상황이다.

칼국수 소비자와 상인 모두 어려움을 호소한다. 명동의 유명 칼국숫집에서 만난 장은선씨(37)는 "이 가게를 분기에 한 번꼴로 오는데, 가격을 보니 체감상 2000원은 더 오른 것 같다"라며 "직장인 입장에서 점심은 만원 한 장으로 해결하고 싶은데, 그 최저선이 점점 높아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예전엔 후식으로 껌도 줬는데 이젠 없어졌고 서빙 로봇까지 들여놓은 걸 보면 가게도 비용 절감을 위해 방법을 찾는 것 같다"라고 했다.
80대 여성 A씨도 "2년 전 처음 방문하고 오랜 만에 다시 왔다"라며 "예전보다 많이 비싸졌고, 양은 줄었는데 가격만 오른 것 같아 정말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이 가게의 칼국수 가격은 2017년 8000원에서 올해 1만2000원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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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숫집 상인들도 물가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또 다른 칼국수집 점주 B씨는 "면 가격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 지난해보다 30%는 넘게 뛴 것 같다"라며 "21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데 원자재 비용 부담으로 이 정도로 힘든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직장인 손님이 많아 가격을 쉽게 올릴 수도 없어 외려 손님들이 '장사 괜찮냐?'라고 걱정할 정도"라며 "남편과 둘이 운영하며 인건비를 아껴 겨우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칼국수의 주재료인 밀가루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최근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수입 밀가루의 원화값이 급등하는 등 두 가지 요인이 맞물려 칼국수 가격이 많이 올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환율이 아직 높고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선 밀가루 가격이 쉽게 안정되기 어렵고, 수입 원자재 비중이 큰 다른 음식 가격도 영향을 받아 당분간 외식 물가는 계속 오를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