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요양보호사 대우해야 어르신 대우받는다 ①후기 고령인구 돌봄수요 '폭증'

"어르신, 간밤 어떠셨어요."
김순옥 요양보호사(71)는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에 들어섰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독거노인 김모씨(95)가 김 보호사를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김 보호사는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더니 주방으로 가 커피부터 탔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들고 김씨에게 지난 밤 무슨 일이 있진 않았는지 살피는 게 그의 첫 업무다.
거동이 불편한 김씨 대신 김 보호사는 가사 업무를 챙겼다. 김씨 요청에 감기약을 가져다주고 세탁기를 돌리는 등 밀린 집안일을 처리했다. 집안일을 하면서도 김씨와 끊임없이 대화했다.
목욕을 돕거나 변을 보지 못하면 직접 관장하기도 한다. 김 보호사는 "노인성 변비가 있으면 배변을 도와줄 때가 많다"며 "아들과 있을 때 3일간 변을 못 봐서 고통스러워했던 경우도 있다. 급하게 연락이 와서 택시를 타고 어르신 집에 갔다"고 말했다.

김씨는 '색칠공부'라는 새로운 취미도 생겼다. 김 보호사가 그림 모임에서 배워온 기법을 하나씩 알려주면서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필요한 용품이 있으면 김 보호사는 직접 미술용 가재도구를 사다 준다.
김씨의 작품을 알아주는 이도 김 보호사뿐이다. 그는 김씨를 위해 집안 곳곳에 그림을 붙여놓고 파일을 만들어 따로 보관한다. 김씨는 "내가 봐도 색칠 참 잘했는데 크게 관심을 안 주더라"며 "어떨 때는 김 보호사가 딸보다 더 나은 거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7년부터 이어졌다. 18년 전 요양보호사를 시작한 김 보호사가 처음 맡은 어르신이 김씨 남편이었다. 두 사람은 김씨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종종 연락하면서 안부를 물었다. 김 보호사는 홀로인 김씨를 위해 독거노인 관련 정부 지원 정책을 알아봐 주기도 했다.
김씨가 아흔을 앞둔 2019년부터 김 보호사는 김씨의 전담 요양보호사가 됐다. 김 보호사는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김씨를 살핀다. 김씨에게 자녀 4명이 있지만 자녀들도 고령이고 일부는 해외에 있어 매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노인 인구가 지속해서 늘어나면서 요양보호사의 중요성을 더 커질 전망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에 따르면 2050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자는 올해보다 최대 3.9배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10년간 65세 이상 인구 대비 장기요양 인정자 비율은 매년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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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난해 처음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돌봄 수요가 폭증하는 후기 고령인구(75세 이상 인구)도 늘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후기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 중 8.6%(173만3207명)로 2020년 같은 달 대비 1.6%포인트(p) 올랐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후기 고령자의 절반을 돌봄 인구로 추정하고 있는데 후기 고령자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며 "건강하게 나이가 들더라도 돌봄 수요 증가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노인독거비율과 노인 치매 환자 비율이 늘어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독거노인은 다른 가구 형태에 비해 우울감을 더 느끼는 경향이 있어 보호사의 돌봄이 필요하다. 자녀 등 보호자 부담 경감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도 보호사 역할이 중요하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인요양보호에 정신적 돌봄이 수반돼야 한다"며 "요양원·요양병원 등 활동이 제한된 곳에 있는 노인은 우울증 발생률이 높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80·90대 고령이 되면 배우자라도 서로 대화하지 않고 돌보지 않는 사례가 있다"며 "이런 경우 공적·사회적인 돌봄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내년 3월부터 전국적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시행한다. 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사는 곳에서 개인 욕구에 맞는 주거·보건의료·요양·돌봄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