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거리에 버려진 K드림③'외국인 대상' 예산 못 받는 노숙인 시설

노숙인으로 전락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은 절대적으로 민간에 의존하는 구조다. 현행법상 우리나라 국민이 아닌 외국인 노숙인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과 소방 등이 외국인 노숙인을 발견하면 지역 노숙인센터나 민간단체로 인계하지만,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0원'이다. 외국인을 떠안은 시설들은 재정적 한계에 처한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경기도 최대 규모 노숙인 지원 시설 '수원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는 경기도와 수원시로부터 내국인 대상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된다. 외국인 노숙인에게도 인도적 차원에서 최소한의 지원을 제공한다. 안재금 수원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장은 "경찰, 소방,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는 외국인 노숙인을 센터로 인계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 대상 지원금은 없어 예산이 늘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외국인 노숙인을 대상으로 △응급상황 시 119 신고 및 치료 △무료 급식 제공 △거처 수배 △신원 및 체류 자격 확인 등을 지원한다. 지자체 지원이 내국인 대상인만큼, 임금이 제공되는 자활근로나 최대 60일까지 숙박이 가능한 임시보호소 등 지원에선 외국인이 배제된다. 외국인 노숙자는 응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시보호소가 아닌 인근 수원역 일대에서 생활한다.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의료비 부담이 크다. 안 센터장은 "내국인 노숙인 대상 지원금이 외국인 병원 치료비에 쓰이면서 부담이 발생한다"며 "일하러 한국에 왔다가 다치거나 병이 나서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역 일대 외국인 노숙인이 늘면서 예산 부족 문제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센터에서 13년째 근무 중인 오석진 팀장은 "예산이 부족해 종교단체 등에서 십시일반으로 후원해 외국인을 지원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수도권에 위치한 A 노숙인센터 상황도 비슷하다. 지자체 지원금이 내국인 대상이라 외국인 노숙인에게는 필요한 경우에만 임시 보호를 제공한다. A 센터 관계자는 "경찰이 목숨이 위험하거나 아픈 외국인을 센터 쪽에 두고 간다. 무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하고는 있다"며 "지자체 예산을 쓸 수가 없어서 직원들이 밥 먹을 돈으로 외국인을 지원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종교단체가 외국인 노숙인 숙식 지원을 떠안기도 한다. 내국인에 한정된 예산으로 운영되는 노숙인센터가 제공하기 어려운 숙박용 쉼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중국동포교회는 지병 등 이유로 실직하고 머물 곳이 없어진 외국인 40여명에게 숙박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소방과 경찰, 지자체에서 보내는 외국인 노숙인들을 보호한다. 후원금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교회 구성원들이 목욕과 빨래 등 봉사에 참여하며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독자들의 PICK!
목숨이 위태로운 외국인 노숙인이 교회에 떠넘겨진 뒤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9월 중국동포 여성 전정옥씨(78)가 시설과 병원을 떠돌다 교회로 보내졌다. 교회 측은 "왜 우리에게 넘기냐고 말했더니 '서울 노숙인센터에서도 한국인 노숙인만 받아야 해서 그렇다'라며 난처해 하더라"고 했다. 소방관이 병원 10곳을 돌며 받아줄 곳을 찾았지만 모두 막혔다. 결국 다시 교회로 돌아온 전씨는 교회 2층에서 쓰러져 숨졌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중국동포 남성도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한 채 1층 바닥에 누워 있다 숨졌다. 이들은 모두 목사가 무연고 행려사망자로 신고해 공영장례를 치렀다. 교회 측은 "불법체류자라 시설이나 병원이 받아주지 않는 현실을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인도주의적인 판단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준모 전국노숙인시설협회장은 "지자체에서도 외국인 노숙인 문제는 민간단체에 도와주라는 식으로 떠넘기는 상황"이라며 "현재 노숙인 관련 법령이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외국인 대상 지원은커녕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