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에 이어 서울고등법원 등 사법부가 자체적으로 위헌 소지를 최소화한 '내란전담재판부'를 만드는데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권을 중심으로 입법부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안 입법 강행을 예고했다. 사법부와 입법부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국회는 오는 23일 본회의를 열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상정하고 처리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처리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주가 내란전담재판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위헌성이 제기되자 △서울고법이 담당하는 항소심(2심)부터 재판부 도입 △재판부 판사 추천위원회 구성에 헌법재판소·법무부 배제 △법안 명칭 변경을 통해 위헌 소지를 최소화한 수정안을 만들었다. 민주당은 국회 처리 전까지 위헌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위헌성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에 사법부는 자체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고법은 오는 22일 전체 판사회의를 개최해 내년도 2개 이상의 형사부를 늘리는 사무 분담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형사부 증설 안건이 수용되면 내년에 총 16개의 형사재판부를 구성하되 그중 2~3개의 형사항소부를 '전담재판부'로 지정할 계획이다.
대법이 지난 19일 '내란·외환 전담재판부 설치 예규'를 내놓자 전담재판부 구성과 법관 증원 등 후속 조치에 나선 것이다. 대법은 대법관회의를 통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국가적 중요사건'은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으로 사안의 내용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파장이 매우 크고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며 신속히 재판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사건을 말한다.
대법이 공개한 예규 제정안에 따르면 각급 법원장은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고 전체 판사회의 심의 등을 거쳐 국가적 중요사건을 다루는 전담재판부의 수를 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되면 기존에 심리하던 사건은 전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 심리사건의 시급성과 업무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일부 사건은 재배당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무작위 배당을 하되 대상 사건을 배당받은 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지정하기로 했다. 민주당 방안에 따르면 전담재판부 판사 추천위원회가 특정 기준에 따라 판사를 선발해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 '무작위 배당 원칙'에 벗어나는 만큼 이를 제거한 것이다. 다만 대법이 마련한 예규로는 영장전담재판부 등을 운영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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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예고한대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재판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이뤄지면 재판이 정지될 수밖에 없어서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수정안에 대해 "사건 배당은 사법행정의 핵심인데 이것을 입법부가 대체해 위헌 논란도 여전히 수반된다"며 "제대로 안 되면 절차적 문제 때문에 재판이 장기간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