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났는데 건물주·임차인 같은 보험사...대법 "돈 도는 '구상권 청구' 불인정"

불났는데 건물주·임차인 같은 보험사...대법 "돈 도는 '구상권 청구' 불인정"

오석진 기자
2025.12.29 06:00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1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1

건물에 불이 나 생긴 손해가 임차인 책임이 일부 있더라도, 임차인 책임을 보장하는 보험과 건물주가 가입한 보험이 같은 보험사라면 보험사가 건물주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임차인에게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메리츠화재가 건물 임차인을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2022년 8월 임차인 A씨가 운영하던 매장 수산코너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로 인해 건물이 모두 타버린 화재가 발생했다. 총 화재 피해액은 6억9000만원으로, 건물주 B씨는 A씨가 가입한 메리츠화재의 임차인 보험을 통해 보험사로부터 4억9000만원의 손실을 보전받았다. A씨가 가입한 보험 중에는 화재보험과 타인 재물에 대한 배상책임도 포함하는 책임보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B씨가 따로 가입한 소유자 보험을 통해 손실을 보전받으며 생겼다. B씨는 자신의 건물을 담보로 메리츠화재의 소유자보험에 가입했는데, 이를 통해 메리츠화재로부터 2억원을 앞선 손실보전과 별개로 받게 됐다.

이후 메리츠화재는 해당 화재로 B씨에게 지급한 2억원에 A씨도 책임이 있다며 구상권을 청구했다.

1심은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해당 건물이 화재에 취약했다는 점을 고려해 전체 손해액 6억9000만원 중 보험자가 70%만 배상하면 된다고 봤다. 다만 임차인 보험으로 이미 해당 금액 이상이 배상됐다는 이유에서 재판부는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은 1심 선고를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임차인 책임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면 B씨가 가입한 소유자보험의 지급분 2억원에 대해 메리츠화재가 A씨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고가 손해배상청구권의 채권자인 동시에 채무자가 되고, 결국 손해를 배상받을 권리와 손해를 배상해줘야할 의무가 함께 발생하는 결과 혼동으로 그 권리가 소멸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생긴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보험사가 화재에 대해 임차인인 A씨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도 A씨가 책임보험을 통해 다시 보험금을 청구하게 되면 돈이 돌게 된다는 뜻으로, 재판부는 이런 구상권 청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설령 원고가 건물주인 B씨에게 소유자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A씨에 대해 보험자대위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더라도, A씨가 메리츠화재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이행할 경우 재차 원고에 대해 임차인 보험계약의 책임보험에 기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의 순환소송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고 결국 메리츠화재는 A씨에게 반환할 돈을 청구하는 것이 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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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진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오석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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