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과학 학원 끊자"…대치맘들도 이건 못버텼다

"아들아, 과학 학원 끊자"…대치맘들도 이건 못버텼다

박상혁, 김서현 기자
2026.01.02 16:11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겨울 방학 기간엔 통상적으로 성적을 올리려는 학생들로 붐비지만 이날 거리는 한산했다./사진=김서현 기자.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겨울 방학 기간엔 통상적으로 성적을 올리려는 학생들로 붐비지만 이날 거리는 한산했다./사진=김서현 기자.

"과학은 인터넷 강의, 체육은 청소년센터로 돌릴 생각이에요."

2일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을 토로했다. 주요 과목인 국어·영어·수학 외엔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학부모 정모씨(47)는 사교육비 부담에 자녀가 다니던 과학 학원을 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교육비가 정말 큰 부담"이라며 "특히 대치동 학원가는 또 다른 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용 학원'까지 존재해 비용 부담이 더 크다"라고 토로했다.

또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국·영·수를 제외한 학원을 먼저 줄이거나, 그마저도 빠듯하면 국어 학원을 빼는 경우도 많더라"라며 "영재 수학 같은 프리미엄 교육에 대한 수요도 비용 부담 때문에 등록을 줄이는 추세"라고 했다.

이모씨(40)도 "12살 아들을 국·영·수와 논술 학원을 보내지만, 맞벌이 가구임에도 지출 부담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계산해 보니 월급의 70%가 학원비로 나가고 연간 사교육비가 3700만원으로 조기유학 비용과 맞먹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학은 조만간 온라인 과외로 전환할 예정이지만, 이것 역시 주 2회 기준으로 월 60만원이라 부담이 크다"라고 말했다.

조현미씨(43)는 "사교육비 부담이 커 당분간은 비용이 들지 않는 EBS(한국교육방송) 강의로 돌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라며 "이렇게 되면 자녀가 학업에서 뒤처지지 않을지 걱정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미안하고 답답한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사교육비 부담을 호소하는 학부모들의 토로가 이어진다. 한 맘카페에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다니던 예체능 학원에서 올해부터 학원비를 인상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라며 "학원 등록을 끊어야 할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도 "방학 기간 만큼만 국어 학원에 보내야 할 것 같지만, 학원비 인상 소식에 부담이 커졌다"라며 "주요 두 과목만 들어도 월 100만원을 넘기다 보니 결정이 쉽지 않다"라고 했다.

고물가 앞에 무너진 '사교육 투자'…사교육비 감소 전환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상가 건물 모습. 간판엔 각종 학원 이름이 붙었다./사진=김서현 기자.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상가 건물 모습. 간판엔 각종 학원 이름이 붙었다./사진=김서현 기자.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 가구의 월평균 학원 교육비는 41만2891원으로, 전년 동기(41만5755원)보다 약 0.7% 감소했다. 학원 교육비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것은 2020년 4분기 이후 약 5년 만이다.

특히 중·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사교육비 감소 폭이 컸다. 소득 5분위 가구의 교육비 지출은 전년 같은 분기 대비 3.5% 줄어든 반면, 3분위와 2분위는 각각 12.5%, 7.2% 감소했다.

학원 교육비는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돼 경기나 소비 여건 변화와 관계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지출 항목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고물가 국면이 이어지면서 가계가 느끼는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자녀 학원비 역시 조정 대상에 오르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가계가 사교육비까지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라며 "그동안 다른 지출을 줄여도 학원비는 유지하려는 기조가 강했지만, 결국 한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회복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운 만큼, 가계 차원에서는 비교과 과목 축소나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교육 방식으로 옮기는 전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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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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