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희생자 조롱한 피의자 '첫 구속'…2차가해 막을 다음 과제는?

참사 희생자 조롱한 피의자 '첫 구속'…2차가해 막을 다음 과제는?

민수정 기자
2026.01.05 16:42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이틀 앞둔 2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전남시민추모대회에서 참사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을 향해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이틀 앞둔 2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전남시민추모대회에서 참사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을 향해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이 대형 참사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 범죄를 전담하는 조직을 꾸린 이후 피의자가 첫 구속된 사례가 나왔다. 유족들은 악성 댓글 등에 따른 심리적 고통이 극심하다며 피의자에 대한 엄벌을 호소한다. 경찰은 현행법상 2차가해 처벌 수위가 낮고, 플랫폼 기업들의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을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온라인상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희생자를 조롱하거나 허위 주장을 담은 게시물 700여건을 올린 60대 남성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시신이 리얼돌이라는 등 허위 주장을 담은 게시물을 유튜브 및 블로그에 올리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사건은 2차가해 범죄 전담과 출범 후 피의자가 구속된 첫 사례다. 지난해 7월부터 운영된 2차가해범죄수사과는 154건을 수사해 20건에 대한 송치를 마쳤다. 지난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앞두고는 10일간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여객기 참사 관련 사건 8건은 이날부터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피의자 검거가 이뤄지더라도 처벌 수위가 낮은 문제를 지적한다.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 협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형량이 낮은 범죄"라며 "범죄 처벌을 상향시킬 필요가 있다. 처벌이 상향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구속하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2차가해로 유족 피해 극심"…처벌 강화, 플랫폼 협조 필요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2차가해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이정민씨는 "분향소에 찾아와 입에 담지도 못할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런 일을 겪고 나면 일주일 동안 밤잠을 설쳤다"며 "수사 요청을 해도 (대상자를) 특정하지 않으면 처벌하기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여객기 참사 유가족 김성철씨는 "보상을 받았는데 돈을 더 받기 위해 (유족이) 버티고 있는 거라는 댓글이 많다"고 토로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순길씨는 "다른 참사가 일어나면 '세월호처럼 우려먹는다' 이야기가 들린다"며 "2차가해는 유족들을 위축시키고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차가해 피의자 처벌을 강화해 또 다른 피해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상회공헌 특임이사는 "2차가해는 죄책감을 가속해 자살로 내몰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인영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개정안도 2차 가해 처벌 강화에 대한 조항을 넣었지만, 이 부분은 본회의에 올라가는 과정에서 빠졌다"며 "일부 정치인이 2차 가해성 발언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진 적 없다. 가해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엄중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했다.

서정빈 법무법인 소울 변호사는 "명예훼손·모욕으로 구속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결론이 나더라도 벌금형으로 끝나거나 정도가 심해도 실형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중대한 사건에 대해서는 심각성을 따져보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2차가해 게시물이 게재되는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표현의 자유가 왜곡 해석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한국형 DSA(디지털서비스법) 등 해외처럼 플랫폼 규제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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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정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민수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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