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의 한 가전제품 판매장. 노트북을 보던 손님들은 가격표를 확인하고는 발길을 돌렸다. 일부는 스마트폰으로 중고 거래 플랫폼 가격을 검색하기도 했다. 예비 대학 신입생 한준엽씨(19)는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노트북을 사러 왔다"며 "예산을 150만원대로 잡고 왔는데, 마음에 드는 제품은 가격이 더 비쌌다"고 토로했다.
범용 D램 가격 급등으로 노트북 등 가전제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신학기를 앞둔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급 변화와 환율 부담이 겹치면서 AI플레이션(AI+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D램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5.1% 상승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91.2% 올랐다.
D램 가격 상승은 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제조사들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범용 D램 생산을 줄인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도 부담도 더해졌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범용 D램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 더해 AI 수요 확대로 고부가가치인 HBM 비중이 늘어 공급을 줄인 게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D램 가격 급등하면서 노트북 가격도 뛰었다. 삼성전자가 이날 출시한 '갤럭시북 6 프로'의 출고가는 최대 351만원이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북 5 프로'의 최저가(176만8000원)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LG 그램 프로 AI 2026' 모델도 34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 가전제품 판매장 관계자는 "반도체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신제품 가격이 크게 뛰었다"며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시 상품이나 지난해에 나온 모델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광진구 한 가전제품 판매장에서는 전시품을 할인해 판매하는 '전시 상품'의 노트북 가격도 170만~200만원대에 형성돼 있었다. 이마저도 부담스럽다고 느낀 일부 소비자들은 '중고 나라'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노트북을 검색했다.
새학기를 앞두고 노트북 등 전자제품 구매가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시민들이 느끼는 가격 부담도 컸다. 딸의 대학 입학 선물을 사러 나왔다는 최모씨(51)는 "생각보다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성능에 큰 차이가 없다면 전시 상품이나 중고품을 알아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