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면 외롭잖아요"…2030 혹한 '할일공동체' 모임 뭐길래?

"혼자 하면 외롭잖아요"…2030 혹한 '할일공동체' 모임 뭐길래?

이현수 기자
2026.02.22 08:09

[오엠지]<1> 일기·메일 쓰기도 같이하는 2030

[편집자주] '요즘 애들'이라는 말만으론 설명하기 힘든 변화가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MZ세대의 '지금'은 어떨지, '오'늘의 '엠지'세대 이야기를 같이 들어보실까요.
직장인 남성 김모씨(27)는 월 1회 친구들과 카페에서 만나 '할일공동체' 모임을 갖는다./사진제공=김모씨.
직장인 남성 김모씨(27)는 월 1회 친구들과 카페에서 만나 '할일공동체' 모임을 갖는다./사진제공=김모씨.

최근 직장인 남성 김모씨(27)는 친구들과 월 1회 만나는 '할일공동체' 모임을 시작했다. 할일의 내용은 거창하지 않다. 메일 작성, 일기 쓰기, 운동 수업 신청 등 소일거리를 2~3명이 카페에 모여서 함께 한다. 각자 일하면서 대화도 나누고 때로는 식사도 같이한다.

1인 가구인 김씨는 이 모임을 통해 외로움을 해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사회에선 자잘하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것 같다"며 "집에서 혼자 하면 외롭고 답답한데, 같이 모여 할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일상을 나눌 공동체를 갖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교까지는 같은 공간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직장에서는 각자도생이더라"며 "각자 할일을 하면서도 유대감을 느끼고 싶어 '할일공동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온라인 인증도…"일상 나누며 활력"

최모씨(33)는 SNS에 할일을 공유하고 격려하는 '미룬 일하기' 모임에 참여 중이다. 사진은 모임의 단체채팅방 모습./사진제공=최모씨.
최모씨(33)는 SNS에 할일을 공유하고 격려하는 '미룬 일하기' 모임에 참여 중이다. 사진은 모임의 단체채팅방 모습./사진제공=최모씨.

최근 2030 세대에서 각자 할일을 하기 위해 만나는 모임이 유행한다. 과거 자격증·시험 스터디 모임처럼 공통의 과제가 있는 일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소일거리를 '만나서'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온라인 모임도 있다. 디자이너 최모씨(33)는 각자의 할일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인증하는 '미룬 일 하기' 모임에 참여 중이다. 매달 각자 △옷장 정리 △치과 가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구독 취소 등 할일을 끝내겠다는 목표를 설정한다.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10명 정도 모인 단체 채팅방에 인증하며 서로 격려한다. 조만간 만나서 함께 할일을 하는 대면 모임도 가질 예정이다.

최씨는 "누군가와 일상을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활력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1인 가구다 보니 가족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모임을 통해 어딘가에 속해있다는, 연결돼있다는 느낌을 받아 안정감을 느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COVID-19) 시기 즈음부터 화상회의 등을 통해 유행한 '할일 모임'이 정서적 교류를 나누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몇 년 전까진 청년들이 취업 준비, 시험 공부 같은 '할일' 자체에만 집중했다면 최근엔 일상을 공유하는 공동체도 만드는 걸로 보인다"며 "각자 할일이 다르더라도 정서적 유대감이 있으면 소통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도 "현대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젊은 세대가 신경 쓰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졌다"며 "1인 가구인 청년층이 굉장히 많은데, 소소한 할일도 같이 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청년들이 전통적 공동체를 넘어 자신들이 원하는 공동체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성수 평론가는 "가족, 직장 등 과거 우리 사회를 구성하던 기본 공동체들이 해체되고 있다"며 "외로움을 경험한 청년 세대가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에 맞는 모임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헌식 평론가도 "과거엔 동아리, 교회 등이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었지만 최근 청년들은 이런 조직의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며 "청년들이 SNS 등에서 사람들과 연결되며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걸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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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기자

사회부 사건팀 이현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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