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청년 법조인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가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법시험 부활론이 시대착오적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한법협(회장 채용현 펜타곤 법률세무회계 대표변호사)은 12일 성명서를 내고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법시험 부활 논의와 이에 편승해 이른바 신(新)사법시험 도입을 주장하는 대한법학교수회의 성명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시험 부활에 관한 정부 차원의 논의가 일부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현행 법조인 양성 체계의 근간을 위협하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법치주의의 근간을 지키고 사법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현행 변호사시험법을 훼손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 싸울 것임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한법협은 "사법시험은 수만 명의 '고시 낭인'을 양산하며 국가적 인적 자원을 낭비하고 서열화된 기수 문화와 전관예우라는 깊은 병폐를 남긴 채 2017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했다.
이어 "무려 12년에 걸친 치열한 국민적 합의와 국회의 결단을 통해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를 흔들고 이미 완결된 입법적 결단을 번복하려는 시도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스스로 허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대원칙을 무너뜨리고 다시 '시험을 통한 선발'로 회귀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퇴행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로스쿨이 음서제로 전락했다는 대한법학교수회의 주장에 대해선 명백한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한법협은 "사법시험 마지막 10년간 대졸 미만 합격자가 단 5명(2005년부터 2016년까지 총 6명)에 불과했던 반면 로스쿨 도입 이후 9년간 변호사시험 합격자 중 학점은행제와 방통대 등 출신은 53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로스쿨은 기회의 사다리라고 강조했다. 한법협은 "전체 로스쿨 학생의 약 70%가 장학금 수혜를 받고 있다"며 "신체적,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은 특별전형을 통해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고 했다.
실제 로스쿨은 등록금 수입의 30% 이상을 장학금으로 편성해야 하고 그중 70% 이상은 소득수준을 고려한 장학금으로 지급하도록 운영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전체 재학생의 49.03%가 장학금 혜택을 받았고 17.80%(2136명)는 등록금 100% 이상 전액장학금을 받았다.
독자들의 PICK!
한법협은 독일이 로스쿨 제도를 폐기했다는 대한법학교수회의의 주장도 허구라고 설명했다. 한법협은 "독일을 비롯한 서구권은 애초에 일본이나 한국식의 기형적인 고시 선발 제도를 운영한 바 없다"며 "독일의 변호사 시험은 절대평가로 70~80%의 합격률을 보장하는 공교육 기반의 자격시험이다. 1800년대 일본 제국주의 시대의 행정편의주의적 산물인 고시 제도를 맹신하는 구태의연한 시각을 당장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법시험과 로스쿨을 병행하는 '투트랙' 방안에도 반대했다. 한법협은 "공직 사법관을 별도로 선발하는 '신사법시험'이나 예비시험 도입 주장은 제도의 혼란만을 초래할 뿐"이라며 "대학의 정상적인 학문 이수를 고시학원화 하는 과거의 폐단을 부활시킬 이유가 전혀 없다. 투트랙 병행을 시행 중인 일본은 젊은 명문대생들이 대학 교육을 이탈해 학원가로 몰리는 예비시험 쏠림 현상이라는 뼈아픈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했다.
한법협은 "법조인 양성 제도의 개선이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법조계와 재학생이 폭넓게 참여하는 충분한 공론화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며 "밀실 검토와 졸속 추진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권과 정부는 시대착오적 고시 부활 논쟁에서 벗어나 AI 시대에 걸맞은 법조 인력 수급 구조 개혁과 청년 법조인들의 생태계 보호 그리고 공교육 혁신이라는 본질적 과제에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전날 이재명 정부가 현 로스쿨 제도와 별개로 사시를 부활시켜 연간 50~150명의 법조인을 추가 선발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에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대한법학교수회가 성명을 내고 로스쿨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