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자료를 누락 제출한 혐의를 받는 성기학 영원그룹 회장이 벌금 1억원에 약식기소됐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관련 조사에 착수한 지 1년7개월 만에, 공소시효 만료를 1개월쯤 남기고 검찰에 사건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서는 공정위의 늑장 고발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13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최근 성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 1억원에 약식기소했다. 공정위는 1개월쯤 전 성 회장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총 82개사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성 회장이 누락한 회사의 자산 합계는 3조2400억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영원그룹이 2023년까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서 빠졌다가 2024년에야 처음 지정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이 검찰로 넘어온 시점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2024년 7월쯤 조사에 착수한 공정위는 공소시효 만료를 40여일 남긴 지난달 초쯤 검찰에 고발했다. 공소시효 완성일은 오는 25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사건을 공소시효 만료 전에 처리하기 위해 수사 실무를 총괄하고 부서 내 선임 검사 역할을 수행하는 부부장 검사까지 투입해 기록 검토와 보완수사에 속도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 조사 중에도 공소시효가 중단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을 두고 공정위의 늑장 고발이 검찰 부담을 키운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는 검사가 6명 밖에 없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분당 담합과 야놀자·여기어때 플랫폼 갑질 의혹 등 굵직한 현안 사건을 수사 중이다.
공정위 늑장 고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정위는 DB그룹 지정자료 허위제출 사건도 공소시효 완성까지 1∼2개월쯤 남은 시점에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 공소시효 도과 시기는 다음달 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솜방망이 제재 논란도 여전하다. 감사원이 지난달 25일 공개한 공정위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정위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지정자료를 허위 제출한 31건 중 29건을 단순 경고로 끝냈다. 특히 차명주식 보유 등 기준상 고발 대상인데도 경고 조치에 그치거나, 3년 이내 경고 등을 반복해 받았을 때 원칙적으로 인식가능성이 '중'인데 지침에 없는 내용을 들어 '하'로 판단한 경우도 있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공정위의 사건 접수부터 처리 경과, 공소시효 임박 여부까지 전산으로 상시 관리하고 장기 방치 사건은 감찰과 징계로 연결하는 내부통제 장치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관 편의에 따라 사건이 늦어지는 구조를 그대로 두면 시효 직전 고발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