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발주한 설비 장치 입찰에서 6700억원대 담합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기업들과 임직원들에 대한 공판준비 절차가 마무리됐다. 법원은 오는 5월부터 증인신문 등을 거쳐 본격 공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27일 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일진전기 등 8개 기업과 임직원 9명의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 재판에 앞서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다.
이 사건은 지난달 한 차례 공판이 진행됐으며, 재판부는 이날 증거목록과 혐의 인정·부인 여부 등을 정리하기 위해 공판준비기일을 다시 열었다. 재판부는 오는 5월 6일부터 검찰의 입증 계획을 정리하고 증인신문을 진행하는 등 본격적으로 공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날 기업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효성중공업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효성중공업 측은 '각 입찰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모에 가담했다는 것인지 공소사실이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외 LS일렉트릭, 일진전기, HD현대일렉트릭도 혐의를 부인했다.
한국중전기사업협동조합(중전기조합) 등 나머지 회사들은 혐의를 인정한단 취지로 의견서를 제출했다. 혐의를 인정한 4개 기업은 변론을 분리해 먼저 종결할 방침이다.
효성중공업 측과 일진전기 측은 구속된 피고인에 대한 보석도 요청했다. 일진전기 측은 "구속 만기 전에 사건이 끝나기 어려워 보인다"며 "앞서 공정위 조사 이후 검찰도 충분히 수사했다. 저희도 사실관계를 모두 확인하려면 피고인과 세세하게 확인할 부분이 많다. 긍정적으로 보석 청구를 검토해달라"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구속 만기 일정 안에 재판이 끝나기 어렵다고 예상한다"며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한전이 발주한 가스절연개폐장치 입찰 145건에서 미리 낙찰 업체와 가격을 정해 경쟁을 제한한 혐의로 기소됐다. 가스절연개폐장치는 발전소나 변전소 등에 들어가는 핵심 전력 설비다.
담합 규모는 총 677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체는 사전에 어느 회사가 어떤 입찰을 가져갈지 나눈 뒤, 낙찰 예정 업체가 높은 가격에 선정될 수 있도록 입찰 가격까지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최소 1600억원대 부당이득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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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또 이들 업체가 시장 지위에 따라 대기업군과 중소기업군으로 나뉘어 입찰 물량 배분 비율까지 정했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군에는 효성중공업·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일진전기가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