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기관을 세울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다 적발됐을 때 실질적인 운영자가 명의를 빌려준 의료법인보다 더 많은 부당이득금을 환수당할 수 있단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최근 A의료법인과 실질적 운영자 지모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징수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운영자 지씨의 책임을 명의자 범위 내로 제한한 원심판결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A법인은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충남 금산군에 B요양병원을 개설해 운영했다. 지씨는 A법인의 이사장으로서 B요양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인물이다.
공단은 B요양병원을 의료인이 아닌 무자격자가 개설한 사무장 병원으로 판단하고 지급된 요양 급여 비용을 A법인과 지씨로부터 환수하는 처분을 내렸다.
옛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하도록 정한다. 또 해당 요양기관을 개설한 자에게 그 요양기관과 연대해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 옛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가 아닌 자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공단은 A법인으로부터 66억5200만원을, 지씨로부터 68억 4600만원을 징수했다. 지씨가 A법인보다 약 2억원 가량 더 많은 금액을 부과받은 것이다.
A법인과 지씨는 공단의 결정에 불복해 요양급여 비용 환수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실질적 개설자 지씨에게 부과하는 부당이득징수금이 명의를 빌려준 A법인 징수금을 초과할 수 있는지였다.
1심과 2심은 공단 처분의 일부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지씨에게 연대 책임을 부과할 수는 있지만 부담 금액이 요양기관에 부과된 부당이득금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일부를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지씨의 독립적 책임 정도에 따라 A법인보다 더 큰 금액을 부담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책임 정도에 따라 징수액을 다르게 정하는 건 행정적 재량 범위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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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실질적 개설자(지씨)는 부당이득 징수 처분에 따라 개설 명의자(A 법인)에 독립해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하되 요양기관과 책임을 지는 관계"라며 "책임의 경중에 대한 재량적 판단의 결과로 개설 명의자에 부과되는 부당 이득 징수금을 초과해 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