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신고의무자가 자신이 보호·감독하는 13세 미만 아동을 강제추행했을 경우 형을 최대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한 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행위 유형이 다양한 강제추행죄를 일률적으로 '징역 7년6개월 이상'으로 처벌하도록 한 것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이유다.
헌재는 2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중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죄에 관한 부분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9명의 재판관 중 7명이 위헌 의견을 냈다는 뜻이다.
문제가 된 조항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신고의무자가 자기의 보호·감독 또는 진료를 받는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초·중·고교 교사와 어린이집·유치원 종사자, 학원 관계자 등이 포함된다.
이번 사건은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이 보호·감독하던 초등학생 여학생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이 제청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헌재가 이 조항에 대해 판단하게 됐다.
쟁점은 가중처벌 규정이 적용될 경우 법정형 하한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점이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죄를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한다. 여기에 청소년성보호법상 가중규정이 적용되면 최소 형량은 '징역 7년6개월 이상'으로 올라간다.
헌재는 강제추행죄의 행위 태양과 불법성 정도가 매우 다양하다면서 중대한 성범죄 수준의 행위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경미한 신체 접촉까지 여기에 폭넓게 포함될 수 있는데, 이를 모두 동일한 높은 하한형으로 처벌하도록 한 것은 책임과 형벌 사이 비례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강제추행죄는 폭행·협박이나 추행의 정도에 따라 불법성의 경중 폭이 넓다"며 "그럼에도 법정형 하한을 징역 7년6개월로 정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경우에도 정상참작 감경 외 별도 감경사유가 없으면 최소 3년9개월의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은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밝혔다.
이어 "법정형이 과도하면 선고형이 사실상 법정형 하한 부근으로 수렴해 형벌이 개별화되지 못하고 획일화될 우려가 있다"며 "범죄의 죄질과 행위자의 책임 정도에 따라 적절한 양형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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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재판관 김형두·김복형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초·중등학교 종사자가 보호·감독 관계에 있는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범행한 경우 등에 대해 "엄정한 최저형 설정은 국가의 아동 보호의무 이행 차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헌재가 최근 성범죄 관련 과도한 법정형에 대해 잇따라 제동을 거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헌재는 2023년에도 주거침입 강제추행죄와 관련해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으로 규정한 조항에 대해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