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뒤덮은 러브버그… 등산객·상인 "달라붙어 불편"
전문가 "방역·포획보다 장기적 관리전략 마련해야"
"정상에 올라가면 '러브버그' 때문에 앉아서 쉬기도 힘들어요."
23일 오전 서울 중랑구 용마산 등산로에서 만난 80대 남성은 손으로 벌레를 쫓으며 이렇게 말했다. 동네주민이라 평소 용마산을 자주 찾는다는 그는 "일주일 전만 해도 산아래에서만 보였는데 지금은 정상까지 뒤덮었다"고 말했다.
이날 용마산 등산로엔 초입부터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떼를 지어 날아다녔다. 산입구 표지판과 주차된 차량에는 벌레가 다닥다닥 붙어 있고 나무마다 포획트랩이 설치됐다.

중랑구청에만 최근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하루 평균 50건가량 접수된다. 용마폭포공원에서 만난 한 등산객은 "지금은 오히려 줄어든 편"이라며 "며칠 전에는 나무 밑동이 벌레 때문에 새까맣게 보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도 러브버그 때문에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은평구 연서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강윤민씨(61)는 "나무나 전봇대는 물론이고 생선에도 붙어 있어서 계속 떼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반찬가게 사장 60대 김모씨도 "장사하면서 벌레까지 신경 써야 하니 불편하다"며 "음식에 들어갈까봐 온종일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했다.
러브버그는 암수가 짝을 이룬 채 비행하는 곤충이다. 중국 동남부와 일본 오키나와 등 온난한 지역에 주로 서식했지만 2022년부터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관찰되기 시작했다. 낙엽 등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익충으로 알려졌지만 짧은 기간에 대량발생하는 특성 탓에 대표적인 '혐오곤충'으로 인식된다.
야외활동을 하는 시민들의 불편도 잇따른다. 영등포구에 사는 20대 우모씨는 "하천 주변을 달리다 보면 러브버그가 몸에 계속 달라붙는다"며 "지자체가 방역 중이라고는 하지만 체감될 정도로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관악구민 김모씨(28)도 "여름철에 등산을 나가면 벌레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러브버그의 활동범위는 계속 넓어진다. 초기에는 서울 은평·서대문·마포구 등 수도권 서북부를 중심으로 발생했지만 최근 서울 전역은 물론 경기 남부지역에서도 발견 사례가 잇따른다. 학계는 기후변화가 현재 추세대로 진행될 경우 러브버그가 점차 서식범위를 넓혀 2070년 무렵에는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출현시기 역시 매년 조금씩 빨라지는 추세다. 각 지자체가 집중방역에 나서지만 비슷한 상황은 해마다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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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단순히 개체수를 줄이는 수준을 넘어 장기적인 관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인간과 러브버그가 공존할 수 있는 관리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외래종은 천적이 형성돼 개체수가 안정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러브버그가 유기물을 분해하는 생태적 기능 외에도 활용가치가 있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