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2026년 우리 자본시장 세제는 코스피 지수가 1만 포인트를 향해 가는 가운데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맞았다. 정부가 기업의 주주환원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른바 '밸류업 세제'를 도입하며, 유인책과 제도적 의무라는 두 갈래 접근을 동시에 택했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유인책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04조의27이 신설 2026년 1월부터 시행되면서, ①직전 사업연도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②25% 이상이면서 이익배당금액이 전전 사업연도 대비 10% 넘게 증가한 고배당 상장기업의 주주는 최고 45%에 달하던 종합소득 합산과세에서 벗어나 분리과세 혜택을 받게 됐다.
당초 정부안은 35% 최고세율을 적용하려 했으나, 최종적으로는 2000만원 이하 14%, 3억원 이하 20%, 50억원 이하 25%, 50억원 초과 30%로 하되 각 세율을 직전 구간 초과분에만 적용하는 누진 구조로 정해졌다. 초고액 자산가의 과도한 감세를 막고 과세 형평성을 확보하려는 보완책이다. 다만 혜택을 받으려면 기업이 한국거래소에 '기업가치 제고계획(밸류업)'을 공시해야 하므로, 세제 유인이 자율 공시를 함께 끌어내도록 설계됐다.
기업의 낮은 배당성향이 그간 증시의 만성적 저평가를 부른 주요 원인이라는 진단에서 나온 조치로, 환영할 만하다. 다만 특례가 2028년까지 3년 한시 적용이어서, 기업이 장기 배당 정책을 짜기에는 불확실성이 남는다.
반면 제도적 의무 장치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도입됐다. 올해 3월 시행된 개정 상법은 기업이 자기주식을 취득하면 원칙적으로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규정하고(제341조의4), 이를 위반한 이사 개인에게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자사주가 주주환원보다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오용돼 왔다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이처럼 진일보한 대책 속에서도 정교하게 살펴볼 과제는 남는다. 첫째, 두 정책의 충돌 가능성이다.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은 모두 주주환원 수단이지만, 고배당기업 요건은 '배당'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환원 여력을 소각에 집중한 기업은 배당성향이 낮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분리과세 혜택을 놓칠 수 있다. '채찍'에 순응한 기업이 '당근'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시행령 보완이 필요하다.
둘째, 건강보험료와의 연계다. 분리과세로 소득세 부담은 줄었지만 건보료를 면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배당소득이 건보료 산정 기반에 그대로 포함될 수 있다. 이는 은퇴자의 보험료 부담을 키우거나 피부양자가 자격을 잃게 해 정책 참여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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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경영권의 안정을 바라는 외국인 투자자의 엇갈리는 시선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지배구조 개선 기대를 높여 호재라는 평가가 우세하나, 경영권 방어용 자사주가 줄어 적대적 M&A 대응이 어려워진다는 신중론도 있다. 정부는 외국인 지분 한도가 있는 방송·통신·항공 등에 한해 3년의 처분 유예를 뒀지만, 이것으로 충분한지는 검토가 필요하다.
시장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방향에는 폭넓은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과세 형평성과 제도의 지속가능성, 건강보험료 같은 부수 효과까지 두루 살피는 정교한 보완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이번 상승장도 일시적 활황을 넘어 구조적 재평가를 받는 기회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경진 변호사는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과장, 중요소송TF 팀장으로 재직했다. 국세청과 회계법인에서 쌓은 실무경험과 조세법 지식을 바탕으로 각종 조세문제에 대한 자문 및 심판,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국세청 국세심사위원회 위원, 서울지방국세청 조세법률고문 등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