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도 중국산 안 쓴다..."공장 에이스=K협동로봇" 불량률 제로[르포]

값싸도 중국산 안 쓴다..."공장 에이스=K협동로봇" 불량률 제로[르포]

아산(충남)=박한나 기자, 유선일 기자, 임찬영 기자
2026.06.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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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로봇 패권 전쟁]2-中

[편집자주] AI(인공지능) 기술혁신이 로봇산업의 미래마저 앞당기고 있다. 이미 로봇이 떠받치는 '7경원' 규모의 피지컬 AI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로봇 강국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향후 관련 사업 패권을 잡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봤다.

'불량률 제로'…중국산 대신 광진이 택한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르포]
광진그룹 아산공장의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도입 효과./그래픽=최헌정
광진그룹 아산공장의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도입 효과./그래픽=최헌정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의 로봇 경쟁력은 제조 현장의 적극적인 도입 경험에서 나온다. 국제로봇연맹(IFR) 기준 제조업 로봇 밀도 세계 1위인 한국은 제조업체들이 로봇을 도입·운영하며 축적한 현장 경험이 로봇 기업의 기술 개선으로 이어지고, 향상된 기술이 다시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자동차 부품기업인 광진그룹(이하 광진) 충남 아산공장은 이같은 한국형 로봇 생태계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8일 찾은 광진 아산공장 현장에서는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4대가 쉴 새 없이 1.1kg의 검정 모듈 플레이트를 집어 들고 있었다. 허공을 가른 플레이트가 자동차 창문 구동장치의 핵심부품인 '풀리' 위에 정확히 내려앉자, 손톱만 한 금속링(와셔)을 결합 부위에 놓고 강한 압력으로 부품을 고정했다.

사람 손끝 감각에 의존하던 도어 모듈의 리베팅(강력한 압력으로 부품을 고정하는 작업) 작업이 로봇의 반복 동작으로 대체된 순간이었다. 도어 모듈은 자동차 문 내부의 뼈대 역할을 하는 모듈 플레이트에 윈도우 레귤레이터(창문 승강기 장치)와 스피커, 문 잠금장치(래치) 등 각종 기능성 부품을 조립통합한 제품이다.

과거에는 작업자가 와셔를 매번 손으로 끼웠다. 문제는 사람이 항상 같은 힘과 같은 위치에서 작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나의 와셔라도 안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압력이 가해지면 모듈 플레이트 전체를 폐기해야 했다. 광진은 불량률을 100PPM(100만개당 불량품 100개) 이하로 관리해왔지만, 6개 모듈 라인의 리베팅 공정에서는 12장가량의 불량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과 비전검사를 적용한 뒤 리베팅 공정의 불량은 1~2장으로 급감했다. 사실상 불량률이 제로(0)에 가까워진 것이다.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1대가 1.1㎏짜리 모듈 플레이트부터 3.5㎏에 달하는 완성품을 약 4000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면서도 동일한 위치와 압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작업자 숙련도나 컨디션에 따른 편차가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현재 발생하는 불량은 이송이나 취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낙하에 따른게 대부분이다.

검사 공정 역시 협동로봇이 14개 차종·사양 특성에 맞춰 윈도 레귤레이터의 작동 상태와 승·하강 정상 작동 여부, 구동 속도와 모터 부하율, 부품 누락, 와이어 조립 불량 등을 점검했다. 총 20개 부품을 검사해 이상이 발견되면 즉시 별도 라인으로 분류하고, 다음 공정이나 고객사로 유출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했다. 김시원 광진기계 생산팀장은 "자동차 부품은 생산량보다 불량 관리가 더 중요하다"며 "불량품 하나가 나오면 해당 라인 전체를 다시 전수 검사해야 하는데 현재 제조 공정 자체의 불량은 거의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광진의 협동로봇 도입 계기는 2024년 두산로보틱스(92,300원 ▼2,700 -2.84%)와의 만남에서부터다. 현장의 인력난으로 자동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던 당시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제조업 현장의 협동로봇 사례를 수차례 소개하며 필요성을 제안했다. 광진은 투자수익률(ROI)과 투자비 회수 기간 등을 면밀히 검토했고, 약 13억원을 투자해 약 4~6개월 동안 가동 중인 양산라인에 협동로봇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자동화를 추진했다.

김 팀장은 "협동로봇 도입을 검토하면서 중국산 로봇도 비교했다"면서 "중국산은 가격 경쟁력이 있는 반면 국내 사후관리(A/S) 인프라가 부족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두산로보틱스는 전담 엔지니어 지원과 기술 대응 체계가 국내외 어느 업체와 비교해도 잘 갖춰져 있어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광진의 협동로봇 자동화는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작업 반경 1300㎜·최대 가반하중 10㎏급의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M시리즈 19대의 자동화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아산공장을 찾고 있다. 광진은 아산공장에서 검증한 협동로봇을 2027년까지 미국과 폴란드 등 글로벌 17개 사업장에 100대 이상 규모로 순차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 공장은 내년부터 신설되는 모든 생산라인에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제조 현장에서 검증된 협동로봇 기술에 인공지능(AI)과 비전, 모션 제어 기술을 결합해 지능형 로봇 솔루션을 확대할 방침이다. 두산로보틱스와 광진이 기존 양산설비에 협동로봇을 적용한 사례처럼 실제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로봇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이다. 향후에는 이러한 AI 기반 지능형 로봇 솔루션을 토대로 각 산업 영역에서 숙련공 수준의 작업을 완결성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산업용 휴머노이드 기술로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엔비디아의 아이작 심(Isaac Sim) 등을 활용한 에이전틱 로봇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운영체제는 인식과 추론, 시뮬레이션 등을 담당하며 로봇이 작업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해 작동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두산로보틱스는 지능형 로봇 솔루션과 산업용 휴머노이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김현수 두산로보틱스 상무는 "높은 품질 기준과 안정적인 생산 역량이 요구되는 자동차 부품 제조 현장에 두산의 로봇 솔루션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국내 현장에서 검증된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을 포함한 광진그룹의 해외 생산거점에도 솔루션이 안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의료·방산 '특화 로봇'에 집중하라"..한국 성공 요건은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이사회 의장 겸 미래기술원장(KAIST 기계공학과 교수)/사진=김창현 기자 chmt@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이사회 의장 겸 미래기술원장(KAIST 기계공학과 교수)/사진=김창현 기자 chmt@

"모든 것을 학습시켜서 어디에 내놔도 활용할 수 있는 '범용 로봇'을 만들려 해서는 안 된다. 로봇 자체를 커다란 산업으로 보기보다는 로봇 기술이 기존의 다른 사업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은 특정 산업의 시장을 열 수 있는 '특화 로봇'을 만들어야 합니다."

웨어러블 로봇 전문기업 엔젤로보틱스의 이사회 의장 겸 미래기술원장이자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인 공경철 의장(사진)은 한국이 글로벌 로봇 산업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미국·중국과 달리 '범용'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범용 로봇보다는 의료·방위산업 등 기존에 한국이 경쟁력이 있는 산업을 한 차원 혁신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공 의장은 "사실 한국은 로봇 사업을 잘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건을 갖췄다"며 "중국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에는 우수한 인력이 많고, '제조업 강국'인 만큼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도 많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렇다고 미국이나 중국이 하는 것처럼 해서는 승산이 없다"며 "데이터를 많이 모아서 로봇의 품질을 높이는 방식의 영역에는 절대로 손을 대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데이터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인데 데이터의 양이나 인건비 관점에서 중국을 이길 수 없고 자본력에서 미국을 앞설 수 없기 때문"이라며 "다만 대량의 데이터 수집 기반 방식이 과연 올바른 방향이냐는 것에 대해 최근 회의론이 많이 나오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공 의장은 '특화 로봇'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일례로 의료·방산 부문 로봇은 외국이 아무리 저렴하게 공급한다고 해서 (국민건강·국가안보 관점에서) 한국이 사업을 안 할 수는 없다"며 "한국이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로봇이 국방 분야에 적용된다', '병원이나 공장에 배치된다'는 소식"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옥석을 가리면 한국이 로봇 산업을 주도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특히 의료 부문과 관련해 "한국은 '의대 쏠림' 현상이 있는데 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전제한 뒤 "이 때문에 우수한 연구개발(R&D) 인력이 의료 분야에 있다"며 "의사들이 진료 영역을 넘어 의료 산업을 이끄는 데 공을 들인다면 세계를 압도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엔젤로보틱스가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어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효과를 검증할 수 있었던 것도 연구자로서 의사들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세계 어디서도 한국과 같은 인프라는 없다"고 단언했다.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이사회 의장 겸 미래기술원장(KAIST 기계공학과 교수)/사진=김창현 기자 chmt@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이사회 의장 겸 미래기술원장(KAIST 기계공학과 교수)/사진=김창현 기자 chmt@

실제로 공 의장이 나동욱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와 의기투합해 2017년 엔젤로보틱스를 공동 창업한 것도 이런 부문에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엔젤로보틱스(20,100원 ▼400 -1.95%)는 2024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최근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글로벌 리서치 기관 스태티스타가 공동 선정한 '2026 아시아 태평양 지역 고성장 기업 500'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공 의장은 한국 정부의 '조율자'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그는 "로봇 분야 내에서 기업 간 중복 개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산업 플랫폼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거버넌스가 필요하고, '브랜드 코리아' 관점에서 로봇 산업을 바라봐야 한다"며 "산업통상부 등이 '얼라이언스'를 구성하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이미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장의 수요가 반영되지 않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 봤던 판타지를 자극해 만드는 로봇은 시장 창출에 한계가 있다"며 "한국의 기업·연구기관 등이 연합해 중복개발을 하지 않고 공략해야 할 시장을 잘 찾는다면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앞서 정부는 제조·AI(인공지능) 기업, 학계, 연구기관 등의 역량을 모으기 위해 'M.AX 얼라이언스'를 출범한 바 있다. 이 가운데 'AI 로봇 M.AX 얼라이언스'는 AI·제조·부품 기업과 대학 인재 연합 등 총 260개 기관·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2030년 휴머노이드 최강국' 달성을 위해 민관이 협력해 총 1조원 이상의 투자를 끌어낸다는 목표다.

공 의장은 로봇 분야로 진로를 선택한 젊은 인재들에게는 "시류를 따르지 말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독려했다. 그는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학생들이 높은 연봉을 제안받고 있어 물론 기쁘지만 적지 않은 기업이 이들을 진짜 인재로 대우한다기보다 '이렇게 많은 인재를 모았다'는 식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인 것 같아 나중에 젊은 세대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진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사회 초년생으로서 배워야 할 것들이 있는데 자칫 이런 기회를 넘겨버리고 '로봇 붐'에 휩쓸릴 수 있다"고 지적한 뒤 "과거 우리가 경험했듯 이런 열풍은 사이클이 있는 것이라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우수한 학생들이 이런 시류를 타거나 타의에 의해 진로를 선택하지 말고 정말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기네스 기록 보유 농구 로봇까지..만만치 않은 일본의 '로봇 저력'

토요타가 개발한 로봇 CUE7이 농구 코트에서 3점슛을 시도하는 모습/사진= 토요타 타임즈 글로벌 유튜브 캡쳐
토요타가 개발한 로봇 CUE7이 농구 코트에서 3점슛을 시도하는 모습/사진= 토요타 타임즈 글로벌 유튜브 캡쳐

AI(인공지능) 기술혁신으로 로봇 산업의 무게중심이 산업용 자동화 설비에서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하는 피지컬 AI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사이 일본은 오랜 제조업 기반과 산업용 로봇 생태계를 앞세워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농구 로봇으로 기술력을 보여주고 제조 현장에는 자동화 로봇을 적용시키는 일본의 행보는 글로벌 로봇 패권 경쟁이 실제 산업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로봇공업회(JARA)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 산업용 로봇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2948억엔을 기록했다. 수주 대수도 33% 늘어난 6만412대였다. 생산액은 22.9% 증가한 2442억엔으로 집계됐다. 수주액과 생산액 모두 2개 분기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같은 기간 수출액도 35.4% 늘어난 1998억엔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로봇은 일본 제조업이 오랫동안 강점을 유지해온 분야다. 화낙과 야스카와전기, 가와사키중공업 등 글로벌 제조 현장에서 이름을 알려온 기업들이 일본 로봇 생태계의 기반을 구축해왔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의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대수는 4만4500대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운용 중인 산업용 로봇도 45만500대로 전년 대비 3% 늘었다. 자동차와 전자, 기계 산업에서 쌓아온 자동화 경험과 정밀 제어 기술은 일본이 여전히 로봇 강국으로 꼽히는 이유다.

현장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아이치현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로봇 테크놀로지 재팬 2026'에는 3일간 4만7107명이 다녀갔다. 이 전시회에는 272개 기업과 단체가 참가했다. 제조와 물류, 포장, 식품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동화 설비와 AGV(무인운반차), AMR(자율주행 이동로봇), 팔레타이징 로봇 등이 주요 품목으로 소개됐다. 휴머노이드 로봇도 모습을 드러냈지만 전시의 중심은 여전히 제조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이었다.

토요타는 일본 로봇 산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기업 중 하나다. 토요타가 공개한 농구 로봇 'CUE7'은 공을 튕기며 코트 위를 움직이고 골대 앞에서 슛을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CUE 개발은 토요타 내부 기술회에서 초보자가 처음부터 AI 개발에 도전한다는 자발적 기획에서 시작됐다. 2019년 3세대 CUE3는 휴머노이드 로봇 연속 자유투 기네스 세계 기록을 세웠고, 2024년 6세대 CUE6도휴머노이드 로봇 농구 슛 최장 거리 기네스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CUE7은 당장 상용화 모델이라기보다 이동과 균형 제어, 인식, 동작 계획을 결합하는 연구 성과에 가깝다. 하지만 토요타가 로봇을 단순한 전시용 기술로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토요타는 로봇이 사람의 '파트너'가 되는 미래를 목표로 가정 내 가사 지원, 요양·의료 지원, 제조 지원, 근거리 개인 이동 지원 등 4개 영역에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공장에서 무거운 부품을 쉽게 옮기도록 돕는 협조 기술부터 자율 이동 기술, 전신 운동 능력, 도구 사용 능력까지 개발 범위도 넓다.

일본 로봇 산업 현황/그래픽=김현정
일본 로봇 산업 현황/그래픽=김현정

이미 제품화한 영역도 있다. 토요타는 요양·의료 지원 분야에서 재활 지원 로봇 '웰워크'를 2019년 출시했다. 근거리 개인 이동 지원 분야에서는 'C+walk(씨플러스워크)' 시리즈인 'C+walk T'를 2021년 내놨다. 가정 내 가사 지원 분야에서는 HSR(생활 지원 로봇)과 생활 지원 로봇 플랫폼 'ELEY'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제조 장비를 넘어 의료, 이동, 가정, 제조 현장에서 사람을 보조하는 기술로 로봇의 활용처를 넓히려는 구상이다.

일본 기업들의 AI 로봇 도입 움직임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로이터가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 3곳 중 1곳은 AI 로봇을 이미 사용하고 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 제조업체에서는 이 비율이 80%에 달했다. AI 로봇 활용처로는 제조 현장이 가장 많이 꼽혔다. 산업용 로봇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일본 로봇 산업이 AI 기반 자동화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경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일본은 로봇 연구와 제조 현장 적용 경험에서 앞서왔지만 AI 휴머노이드 상용화 경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다. 미국은 AI 모델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중국은 정부 주도 투자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양산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도쿄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관련 행사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과 양산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일단 일본의 승부처는 안정성과 현장 적용성이다. 로봇이 실제 생산라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보행 능력이나 시연용 동작보다 반복성, 유지보수성, 비용 효율성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일본 기업들은 오랜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쌓아왔다. 화려한 휴머노이드 시연보다 공장 안에서 고장 없이 일하는 로봇을 만드는데 강점을 가진 셈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제조 하드웨어와 AI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빠르게 결합하느냐다. 로봇 산업의 중심이 기계 장비에서 AI 기반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반도체와 데이터 처리 인프라, 자율 판단 기술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일본이 축적한 부품과 산업용 로봇 경쟁력을 범용 AI 로봇으로 확장하지 못하면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새 판에서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는 "부품 분야는 하루아침에 되는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일본의 경쟁력이 꽤 있다"면서도 "다만 로봇은 부품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시스템 영역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사회 변혁의 파도를 타지 못해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가 떨어지다 보니 눈에 띄는 로봇 업체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토요타가 로봇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AI가 결부된 범용성 있는 로봇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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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박한나 기자입니다.

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임찬영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산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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