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직접 근로계약 없는 택배기사에 원청 단체교섭 의무 인정 안 돼"

대법 "직접 근로계약 없는 택배기사에 원청 단체교섭 의무 인정 안 돼"

양윤우 기자
2026.07.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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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23일 오후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CJ대한통운(71,600원 ▼2,700 -3.63%)이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전국택배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시행 이전 사건에는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결정한 법리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택배노조는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세 차례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교섭 요구 사항은 서브터미널 배송상품 인수 시간 단축, 집화 상품 인도 시간 단축, 작업환경 개선, 주 5일제 실시, 급지 수수료 인상·개선, 사고부책 개선 등이었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과 직접 근로계약이나 위수탁계약을 맺은 당사자가 아니므로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교섭 요구를 거부했다. 당시 교섭 요구에는 전국 167개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 약 1200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CJ대한통운과 직접 계약한 기사가 아니라 CJ대한통운과 계약한 집배점주와 다시 위수탁계약을 맺고 택배 업무를 수행하는 기사들이었다.

노조는 이를 부당노동행위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지만, 서울지노위는 회사가 옛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신청을 각하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회사가 교섭 요구 사항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보고 회사에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회사의 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것이다.

CJ대한통운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사건 쟁점은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양측은 CJ대한통운이 직접 고용하거나 직접 계약하지 않은 택배기사들에 대해서도 사용자로서 교섭할 의무가 있는지를 다퉜다.

1·2심 모두 CJ대한통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CJ대한통운이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고 택배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가 요구한 사항에 대한 지배·결정권이 있다고 봤다. 앞서 택배노조가 요구한 사항들이 집배점주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CJ대한통운의 물류 시스템과 운영 방식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2심도 2024년 1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역시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주요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으므로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원고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옛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개정 전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실질적 지배력'만으로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기존 대법원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했다. 그러나 옛 노동조합법은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를 지휘·감독하고 근로 제공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자라고 규정한다.

이 사건에선 노란봉투법 시행 전의 법리가 적용됐다. 대법원은 지난 5월 HD현대중공업 관련 노동 사건 판결을 하면서 노란봉투법 시행 전, 옛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는 단체교섭과 관련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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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우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양윤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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