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변의 법으로 본 이슈]

서울 종로구와 동대문구 일대에서 '김지미'라는 이름이 적힌 정체불명의 낙서가 수백건 발견되면서 작성자의 정체를 비롯해 이 같은 행위가 어떤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낙서를 했다고 해서 곧바로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어서 개별 사안에 따라 어떤 범죄가 될 수 있을지 그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 종로와 동묘, 청량리 일대 전봇대와 신호등, 변압기함, 버스정류장, 공사 가림막, 상가 외벽 등에서 '김지미 클릭' '동양 최고 미인 김지미' '김지미 별세 인생무상' 등의 문구가 적힌 낙서가 잇따라 발견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낙서는 500건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해 수사에 나섰지만 대부분 낙서가 발견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 CCTV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타인의 건물이나 공공시설에 낙서를 했을 경우 가장 먼저 검토되는 혐의는 형법상 재물손괴죄다. 형법은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거나 그 효용을 해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재물손괴죄에서 말하는 '손괴'를 단순히 재물을 부수거나 훼손하는 행위에 한정하지 않고 재물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실제 효용이 침해됐는지는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노동조합이 회사 도로 바닥에 유색 페인트와 래커 스프레이로 구호를 적은 사건에서 차량 통행에 지장이 없고 원상회복도 비교적 어렵지 않았다며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반면 낙서의 대상과 훼손 정도에 따라 형사처벌이 인정된 사례도 있다. 대법원은 과거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스프레이로 쥐 그림을 그린 사건에서 유죄를 확정했고, 최근 경복궁 담장 낙서 사건에서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 등이 적용돼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이번 '김지미' 낙서 사건 역시 어떤 도구로 작성됐는지, 쉽게 제거가 가능한지, 시설물의 효용을 해쳤는지 등을 고려해 재물손괴죄가 적용될 수 있을지를 판단해야 한다. 보통 법원은 낙서의 대상과 방법, 원상회복에 필요한 비용, 시설물의 기능이나 미관을 얼마나 해쳤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물손괴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만약 재물손괴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타인의 건물이나 전봇대 등 인공구조물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 경우에는 경범죄처벌법 위반이 문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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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범죄처벌법에서는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이나 그 밖의 인공구조물과 자동차 등에 함부로 광고물 등을 붙이거나 내걸거나 끼우거나, 글씨 또는 그림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 등을 한 사람에 대해 1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다만 이번 사건이 해당 조항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낙서의 성격과 작성 목적 등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