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 재산분할 9440억원에 대한 증여세 0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받게 되면서 막대한 금액에 붙는 세금에도 관심이 쏠린다. 결론적으로 재산분할금이 현금으로 지급된다면 노 관장이 내야 할 증여세와 소득세는 원칙적으로 없다.
24일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완납일까지 연 5%의 지연손해금도 지급하도록 했다.
통상 수천억원대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거액의 '증여세'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다르다.
법제처에 따르면 재산분할은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한 공동재산을 나누는 것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재산분할을 받는 사람에게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재산분할로 받은 재산은 소득세법상 소득에도 해당하지 않아 소득세 역시 부과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 확정돼 노 관장이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현금으로 받더라도 이 금액 자체에 대한 증여세나 소득세는 원칙적으로 '0원'인 셈이다.
반대로 재산을 나눠주는 사람에게도 재산분할 자체를 이유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는 않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최 회장에게 부과되는 세금도 없다. 재산분할에 따른 자산 이전을 대가를 받고 재산을 넘기는 '유상양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도 같은 취지다. 대법원은 판결(2016두58901)에서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재산의 무상 이전으로 볼 수 없으며,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재산의 무상이전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혼이 가장이혼으로서 무효가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예외는 있다. 재산분할 규모가 통상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나치게 크고 상속세나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사실상 증여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적정 범위를 넘어선 부분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다만 이 기준은 이혼을 증여로 악용하는 걸 막기 위한 것으로, 최 회장의 사례 처럼 단순히 금액이 크다고 적용 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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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부동산을 받는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증여세와 소득세는 부과되지 않더라도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받는 과정에서 취득세와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원인으로 한 부동산 소유권 이전은 취득세 비과세 대상인 단순한 '공유권 분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2003두4331)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법원이 최 회장에게 9440억원의 금전 지급을 명령한 만큼 노 관장이 현금으로 이를 지급받는다면 부동산 취득에 따른 취득세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최 회장이 재산분할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을 처분할 경우에는 해당 자산의 매각 과정에서 별도의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유동주 법무법인 서해 변호사는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은 두 사람의 공동재산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무상으로 재산을 제공하는 증여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과세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할 경우 양측은 대법원에 다시 상고할 수 있어 9440억원의 재산분할 판결은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