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면, 같은 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다시 소송을 내더라도 앞선 판결과 다른 판단을 받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공현진)는 대학교수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한 대학교에서 교수와 학부장 등을 지냈다. 학교법인은 2021년 1월 교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A씨를 파면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징계사유는 인정되지만 수위가 지나치다며 파면처분을 취소했다.
학교법인은 다시 A씨에게 해임처분을 내렸다. A씨가 이에 불복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고 징계 수위도 적정하지 않다며 해임처분이 무효라고 판단했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학교법인은 해당 판결에서 인정되지 않은 징계사유를 제외한 나머지 사유로 2023년 5월 A씨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교원소청심사위는 징계사유를 인정하면서도 A씨의 행위에 공익적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정직 기간을 1개월로 줄였다.
A씨는 교원소청심사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A씨의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자 A씨는 다시 정직 1개월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며 이번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앞선 취소소송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번 무효확인 소송에도 미친다고 판단했다. 기판력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사안을 다시 판단하거나, 뒤이은 소송에서 앞선 판단과 모순되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효력을 말한다.
재판부는 "행정처분 취소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그 처분이 적법하다는 점에 관해 기판력이 생긴다"며 "취소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해당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에도 미친다"고 밝혔다.
이어 "앞선 소송에서 판단한 대상은 정직 1개월 결정의 위법 여부"라며 "법원은 선행판결과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으므로 A씨의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