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의정부시 한 모텔에서 30대 남녀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위중한 상태로 발견된 가운데 처음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이 별다른 조처 없이 철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3일 뉴시스와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7시50분쯤 의정부시 한 모텔로부터 "손님이 퇴실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인터폰을 받지 않고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모텔 관계자와 함께 두 남녀가 묵고 있는 객실 문을 열고 내부를 확인했다. 당시 두 사람은 경찰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범죄 혐의점 등 특이 사항이 없다고 판단한 경찰은 모텔 측과 퇴실 시간 이후 이용한 시간만큼 두 사람에게 추가 요금을 받는 선에서 정리하는 것으로 결론 내고 현장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이들이 다음 날에도 퇴실하지 않자 모텔 측은 오전 6시56분쯤 재차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시 모텔을 찾아 방을 확인한 경찰은 입에 거품을 문 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두 남녀를 발견해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일산화탄소 중독 증상을 보인다는 병원 측 설명을 듣고 한국가스안전공사 직원을 불러 현장을 확인했다. 그 결과 방 안에선 인체에 위험한 수치의 일산화탄소가 검출됐다.
무색·무취인 일산화탄소는 중독될 경우 의식 소실, 근육 경직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각할 경우 심정지 또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현재 여성은 간신히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했지만 남성은 의식을 되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초 출동부터 두 번째 출동까지 상당 시간이 흘러 이들이 일산화탄소에 노출된 시간도 길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의정부서 관계자는 "최초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당시 남성이 코를 고는 등 잠을 자는 것으로 보였고 범죄 관련성도 없어 보였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자세한 가스 누출 경위와 출동한 경찰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또 일산화탄소가 두 남녀가 투숙한 객실뿐 아니라 지하 보일러실 등에서도 검출된 만큼 모텔 측의 업무상 과실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