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평창 동계올림픽, '인천 꼴' 안나려면

[광화문]평창 동계올림픽, '인천 꼴' 안나려면

박창욱 문화과학부 선임기자
2012.04.10 07:31

요즘 문화체육관광부는 인천시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인천시가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와 관련, 선학 주경기장 건립을 위해 계획에 없는 추가 국고지원을 요청하고 있어서다. 물론 담당부서에선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인천시는 이달 초 공무원 임금조차 제 때 주지 못했을 정도로 시 재정 운용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대회 준비에 필요한 자금 때문에 올해 말까지 부채가 3조원을 훌쩍 넘어, 부채비율이 재정위기의 기준으로 삼는 40%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털어놨다.

형편이 이리 어렵다보니 중앙정부에다 자꾸 손을 벌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인천시의 재정파탄을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대회를 반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까지 나올 정도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부터 일단 살펴보자. 2007년 대회를 유치하고 정부 승인을 받을 때만해도 주경기장 건은 계획에 들어있지 않았다. 700억~800억원 정도만 들여 5만석 규모의 기존 문학경기장을 증축해 사용하자는 게 정부의 의견이었다.

인천시는 임대수입을 매개로 민자를 유치하겠다며 5000억원이 들어가는 7만석 규모의 새 주경기장을 신축하겠다고 고집했다. 하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일어나 부동산경기가 위축되면서 민자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2010년 송영길 시장이 새로 당선되면서 전임 시장의 방만한 운영을 수습하기 위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을 찾아가 주경기장 건립 계획 변경에 관해 양해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장이 들어설 지역 주민의 반발이 거셌다. 결국 지난해 주경기장은 시 자체 재정사업으로 바뀌면서 공사에 들어갔다.

이제 와서 대회를 반납하기에도 너무 늦었다.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체면은 부차적인 문제다.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에만 총 1조5300억원 드는데 지난해 말까지 이미 7000억원이 넘게 투입됐다. 이대로 관두기엔 돈이 이미 너무 많이 들어갔고, 어떻게든 대회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인천시는 부채비율의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행정자치부와 협의를 하면서,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구체적인 재정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을 민선으로 뽑게 된 이후, 각 지자체는 각종 국제스포츠대회를 유치하는 데 앞 다퉈 나섰다. 단체장의 치적을 홍보하는 데 국제스포츠대회만큼 좋은 이벤트가 없기 때문이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했다.

그렇다보니 구체적인 의견수렴절차나 전략적인 계획 수립이 부족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경제유발효과만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도 대회만 치르면 '그걸로 땡'이었다.

그렇다고 국제체육대회가 아예 필요없는 이벤트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국가 이미지와 지역 사회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들이 국제스포츠 대회유치에 적극적인 걸 봐도 알 수 있다. 다만 접근방식 자체가 다르다.

선진국들은 대회 유치 전에 지역주민에게 투표를 통해 적극적인 의견수렴을 한다. 돈을 아껴 대회를 준비하며, 민간에다 경쟁을 붙여 대회운영도 효율적으로 한다. '사회개발'이라는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해 대회로 생긴 시설이 대회 이후에도 지역에서 잘 쓰이도록 사후관리에 철저하다. 2010년 동계올림픽을 치른 캐나다의 벤쿠버의 경우, 찬성 여론이 대회 이전 60%에 머물렀다가 대회가 끝나고 73%로 높아졌을 정도다.

"국제경기단체들은 선수들이 경기를 잘 치르는 데 관심이 있지, 시설 규모에는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절대 '허장성세'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랫동안 국제스포츠대회를 연구한 체육과학연구원 박영옥 박사의 조언이다. 2018년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의 관계자들이 깊이 새겨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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