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이 의당 지켜야 할 프로야구의 '품위'와 '신뢰'

넥센이 의당 지켜야 할 프로야구의 '품위'와 '신뢰'

김우종 기자
2015.02.10 17:32

[기자수첩]

넥센 선수들. /사진=뉴스1
넥센 선수들. /사진=뉴스1

프로야구 판을 향한 팬들의 시선이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이번에는 넥센의 한 선수가 SNS에 올린 글이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프로 선수들이 '불법 안마시술소'를 다니는 등의 범법 행위를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져 있어 적지 않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넥센의 K선수는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한 편의 글을 올렸다. 글 서두에서 그는 "저는 친인척 분들과 주례 선생님, 그리고 저를 아껴주시는 수많은 동료, 지인들 앞에서 혼인 서약과 성혼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 생활 내내 쓰레기 짓을 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K선수는 "정확히는 연애할 때부터 바람을 폈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그 다음 내용이었다. 그는 "불법 안마시술소와 오피스텔, 립카페 등의 각종 퇴폐 업소를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갔다. 원정(경기)을 갈 때마다 동료들과 룸살롱, 노래방 도우미를 부르고 놀았다"고 적었다.

계속해서 K선수는 "심지어 대전에서는 룸살롱 아가씨와 반 년 동안 연애(2013년)도 했다. 이 생활을 아내와 연애 시절부터 2014 시즌이 끝날 때(11월)까지 계속 해왔다. 가정밖에 모르고 남편과 딸을 위해 열심히 사는 아내 몰래, 월급과 보너스를 빼돌렸다. 휴대폰을 2개 사용하면서 이중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개만도 못하게 살아왔던 제 인생, 어떤 방법으로도 용서받지 못하겠지만 앞으로 제 남은 인생은 아내에게 반성하고 속죄하며 야구에만 집중하면서 평생을 살겠다"고 밝히며 글을 마무리했다.

넥센의 K선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K선수 페이스북 캡쳐
넥센의 K선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K선수 페이스북 캡쳐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페이스북에 공개된 이 글은 삽시간에 누리꾼들 사이에 퍼졌다. 한 누리꾼은 K선수의 SNS 계정이 해킹을 당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자기 스스로 만천하에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리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 글은 선수 본인이 적은 것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넥센 측은 "해당 글은 선수 본인이 작성한 것이 맞다. K선수의 실수로 인해 본의 아니게 글이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부부 간의 일은 선수 개인 문제다. 엄연히 존중받아야 할 사생활이다. 부부가 서로 다투거나, 혹은 이혼을 한다고 해서 구단이 제재하고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이는 구단이 개인의 아픔으로 여겨 감싸주는 게 아름다운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글에는 단순히 개인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어려운, 무겁고 심각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게다가 선수 본인, 한 개인을 넘어 '팀 동료'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 동료들이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순간, 이 문제는 조직의 문제, 단체의 문제가 됐다. 넥센이라는 한 구단, 더 나아가 프로야구 전체의 문제가 됐다는 이야기다.

이미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프로 야구 선수들 전체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원정 가면 프로야구 선수들 다 저러고 노는 것 아니냐', '롯데가 CCTV를 설치한 것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라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팬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이번 사태는 넥센 구단의 이미지 실추를 넘어서 프로야구 판 전체 이미지에 먹칠을 한 꼴이 됐다.

지난 시즌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넥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진=뉴스1
지난 시즌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넥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진=뉴스1

넥센은 지난 2008년 우리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프로 1군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다. '자율 야구'를 표방하며 프로야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선수들 역시 '자율 훈련' 속에 큰 성과를 냈다. 염 감독은 부임 2년 만에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넥센의 핵심 선수인 강정호는 타자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선수 관리에는 큰 구멍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야구 규약 제6장 선수의 의무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돼 있다. '선수는 한국 국민과 구단에 품위 있는 개인행동, 페어플레이, 훌륭한 스포츠맨 정신을 서약 한다'. 또 상벌위원회 규정 제2조 '목적'에는, '프로야구의 품위를 손상케 한 구단 및 개인에 대해 적절한 상벌을 과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번 K선수의 행동이 프로야구의 '품위'를 손상한 것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일까. 본의 아니게 의심을 받고 있는 넥센 선수들, 더 나아가 타 팀 선수들까지 포함한 선의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되는 일 아닌가.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넥센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넥센의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목동구장에 모인 넥센 팬들. /사진=뉴스1
목동구장에 모인 넥센 팬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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