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프랜차이즈 스타 임찬규(34)가 3년 전 염경엽(58) 감독의 한마디를 잊지 못했다.
임찬규는 27일 일본 오키나와현 카데나에 위치한 카데나 야구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계획대로 준비가 잘 되고 있다. 감독님 말씀대로 루틴대로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그 부분에 통감해서 김용일 코치님과 트레이닝 파트와 상의 후에 2023년부터 지금까지 변화 없이 꾸준하게 같은 패턴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2023년부터 임찬규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와 3점대 평균자책점을 이어가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27경기 11승 7패 평균자책점 3.03, 160⅓이닝 107탈삼진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LG의 통산 4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임찬규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 이닝,
최고의 시즌을 보냈음에도 임찬규는 지난해 우승 후 변화를 주려 했다. 현재의 임찬규는 준수한 제구를 바탕으로 최고 시속 145㎞의 느린 직구와 체인지업, 커브를 활용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피칭을 한다. 지금의 스타일을 장착하고 원숙한 단계에 이르렀기에 직구 구속만 조금 더 올린다면 위력이 더해질 수 있을 터.
하지만 염경엽 감독의 조언에 깔끔하게 포기했다. 임찬규는 "지난해 축승회 때 감독님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오프시즌 운동에 들어가기 전이었는데 감독님께서 투구 패턴에 관해 이야기하셨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감독님께 '어떻게 스피드 증강 프로그램 한번 시작해 볼까요?'라고 장난식으로 이야기했다. 농담은 아니었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너는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네가 던질 수 있는 커브 구속 편차를 더 가져가고 체인지업을 더 정교하게 만들라고 하셨다. 지금처럼 그렇게 강약 조절과 타이밍 싸움에 더 집중하라고 했다.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몸을 더 잘 만들어서 (손끝) 감각을 극대화하는 데만 집중하자고 하셨다"라고 덧붙였다.

이 부분에 같은 날 만난 염경엽 감독은 "난 누구보다 강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홈런 타자를 누구보다 좋아한다. 다만 연속성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신인 김영우(20)와 박시원(20)을 곧장 1군 무대에 올린 것이다. 김영우는 최고 시속 158㎞, 박시원은 최고 155㎞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파이어볼러다. 반대로 유영찬, 김진성, 함덕주 등 직구 구속이 느리지만, 포크볼, 체인지업 등 변화구가 좋은 투수들을 즐겨 쓰는 감독이기도 하다.
염경엽 감독은 늘 선수들에게 다양한 방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하는 사령탑이었다. 그런 염 감독이 "그렇게 하라고 해도 성공한 건 임찬규뿐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인정하는 것이 임찬규다. 임찬규는 이 점을 각별하게 생각했다. 염 감독의 조언에 두말 않고 구속 증강 계획을 접은 이유이기도 하다.
임찬규는 "내가 그동안 정말 좋은 감독님을 많이 만났지만, 염경엽 감독님은 내게 귀인이시다. 나를 인정해준 감독님이었다. 단순히 나를 믿고 기용하시는 거랑은 또 다른 문제다. 이렇게 인터뷰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어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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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나를 맨 처음 봤을 때는 마음에 안 들어 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첫 실전 때 내가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을 잡는 것 보고 2023년도 시범경기 시작할 때 딱 부르셨다. 그때 감독님이 내 체인지업과 커브가 너무 좋으니까 다른 건 전혀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2023년 시범경기 시작 당시 염경엽 감독의 확신에 찬 그 말은 임찬규의 커리어와 LG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꿨다. 임찬규는 "그렇게 나를 인정해 준 감독님은 처음이었다. 당시의 나는 구속이 느린 걸 떠나서 제구도 솔직히 좋은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를 보며 감독님은 윤성환, 유희관, 손민한 선배님들을 언급하면서 너는 충분히 그 선수들처럼 될 수 있는 자질이 있다고 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3시즌 들어가기 전에 말씀해주신 그 말에 나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사실 선수도 말년이 중요한데 정말 좋은 타이밍에 좋은 분을 만났다. 그렇게 인정해 주시는 분이었기에 지난 자리(축승회)에서도 감독님 말씀에 수긍했고 나만의 색깔을 잡아 시즌을 잘 준비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LG는 2024년 아쉽게 하지 못했던 2연패에 도전한다. 투수조 조장이 전한 캠프 분위기는 밝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차분하고 진지하다. 임찬규는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서 더 꽉 쥐면 부러지게 되는 것 같다. 감독님 말씀처럼 나도 항상 동생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같은 루틴, 같은 마음으로 실수하지 않게 디테일에 신경 쓰자고 한다. 내가 체인지업을 더 연구하고 가다듬는 것처럼 선수들도 각자 그 부분에 신경 써서 잘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