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첫 고교 전국대회에서 파란을 일으킨 야탑고등학교가 9년 만에 전국대회 준우승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야탑고는 1997년 야구부를 창단해 빠른 시간에 윤석민(40), 오재일(40), 김하성(31) 등 KBO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를 여럿 배출한 실속 있는 학교로 통한다. 하지만 꾸준히 프로 선수들을 배출하면서도 전국대회 성과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약 30년의 세월 동안 전국대회 결승에 오른 건 이번 대회 포함 2004년 황금사자기, 2011년 대통령배, 2013년 청룡기, 2017년 봉황대기까지 총 5번에 불과했다. 이 중 우승은 신민혁(27)을 주축으로 한 2017년 봉황대기뿐이었다.
이번 대회도 목표는 8강이었다. 2학년 투수들이 수술과 전학 페널티로 인해 나서지 못해, 실질적으로 기용할 수 있는 투수가 우완 박시후(18), 이원영(18), 좌완 조연후(18) 단 세 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경훈(48) 감독의 철저한 투구 수 관리와 꼼꼼한 상대 팀 분석으로 기적을 연출했다. KBO 스카우트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선수들이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성장세가 돋보였다는 평가.
야탑고는 세명컴퓨터고(6:0), 신일고(5:0), 서울디자인고(6:4), 경기상업고(3:0), 대전고(3:2)를 차례로 격파해 9년 만의 전국대회 4강에 이어 결승까지 진출했다. 그 과정에서 박시후가 투구 수 제한으로 결승전에 나오지 못하기도 했다.
천신만고 끝에 진출한 결승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이마트배 최다 우승팀이자 전국대회 결승 11연속 무패의 최강팀인 덕수고였다. 덕수고 역시 부상자들이 속출해 어렵게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2027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후보이자 투·타 겸업 엄준상(18)이 건재했다.

기본적으로 차이 나는 선수층도 무시하지 못했다. 여기에 경기 전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오류로 18분이 지연되면서 시작도 전에 투수들의 어깨가 식는 불상사도 있었다.
여러 악재 속에서도 야탑고는 분전했다. 1회부터 무사 만루에서 엄준상에게 홈런을 맞아 어렵게 시작했다. 하지만 야탑고가 1:6으로 밀린 3회초 2사 1, 2루에서 캡틴 박민준이 머리 위로 넘어가는 공을 먼 거리를 달려 낚아채는 메이저리그(ML)급 수비로 기세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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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서는 홀로 남은 이원영이 힘을 냈다. 선발 투수 조연후가 1⅓이닝 5실점(4자책)으로 일찍 마운드를 내려간 가운데, 남은 6이닝을 9피안타 3볼넷 3탈삼진 5실점(2자책)으로 책임졌다.
5:10까지 쫓아오는 야탑고의 기세에 덕수고도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던 에이스 엄준상을 예상보다 일찍인 7회 마운드에 올려야 했다. 결국 중학교 때 투수 경험이 전부인 3학년 1루수 정준호(18)가 8회 등판하는 등 투·타 모두에 한계를 드러내며 야탑고는 9년 만의 결승을 준우승으로 마무리했다.
감투상을 수상한 이원영은 "솔직히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 내가 팀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연후와 시후가 잘 던져서 여기까지 올라온 건데 내가 감투상을 받아도 되나 싶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7월 야탑고로 전학 왔다. 아는 선수도 아예 없었는데 애들이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정말 잘 도와줬다. 팀이 하나가 되는 걸 가장 중요시하는 분위기에 나도 많이 배웠다. 친구들이 모두 자랑스럽다"고 활짝 웃었다.
덕수고와 맞대결은 야탑고가 야구 명문으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과 방향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비교적 짧은 학교 역사(1986년 개교)를 지닌 야탑고는 다른 야구 명문 학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배들의 충분한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했다. 야구부 후원을 위한 동문회도 2024년 부임한 김형정 교장의 주도하에 불과 2년 전에 출범했다.
그 탓에 중학교 유망주들이 장학금이 풍부한 인근 학교로 향해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하필 결승전 상대가 동문회와 선배들의 지원이 탄탄한 덕수고였다는 점에서 비교됐다. 하지만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11년간 투수 코치로 역임한 최경훈 감독이 2022년 부임한 후 야탑고는 많은 훈련을 통해 내실 있는 팀으로 거듭났다. 결승전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선배들과 동문의 충분한 지원이 뒤따른다면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겼다.
결승전에서 배터리를 이룬 우완 투수 이원영, 포수 최민영(18)도 이번 대회를 통해 KBO 스카우트들의 이목을 끈 선수 중 하나다. 이원영은 "이번 대회 준우승에 만족하지 않겠다. 다음 전국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