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20년 전. 류제국(43)이 5년의 마이너리그 생활 끝에 빅리그 콜업 소식을 전한 게 아마추어 계약을 통해 미국에 직행한 투수의 마지막 낭보였다. 이후로도 수많은 투수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꿈꾸며 미국행을 노크했지만 아직까지는 희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류현진(한화 이글스), 김광현(SSG 랜더스), 오승환(은퇴) 등 성공적인 커리어를 남긴 투수들은 하나 같이 KBO리그를 호령하다가 미국행에 오른 이들이었다.
아마 직행 투수들은 박찬호(53), 김병현(47), 서재응, 김선우, 백차승 등이 있지만 빅리그에서 제대로 성공을 거둔 투수는 박찬호와 김병현 둘 정도였다.
이에 대해 김병현 스포티비 해설위원이 입을 열었다.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특유의 솔직한 화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김 해설위원은 1일 서울시 중구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MLB 브렉퍼스트 클럽(MLB Breakfast Club)' 행사에 참석해 취재진과 질의 시간을 가졌다.
광주제일고 1학년 때부터 주력 투수로 나서 팀에 우승을 안길 정도로 남다른 떡잎이었던 김병현은 프로 대신 대학 진학을 택했다. 성균관대 2학년 시절인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병역 면제까지 받았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당시로선 파격적인 계약금 225만 달러(약 33억 9300만원)를 받고 미국 무대로 향했다. 1라운드 신인 계약금 수준으로 상당한 기대를 받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주 짧은 마이너리그 생활을 보낼 만큼 재능이 남달랐고 이듬해부터 애리조나의 불펜 투수로 거듭났고 2000년부터 클로저로 발돋움했고 2001년엔 가을야구에서도 맹활약하며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고 2002년엔 36세이브를 따내기도 했다. 보스턴 레드삭스 이적 후에도 또 하나의 우승 반지를 추가한 김병현은 8시즌 동안 394경기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4승 60패 86세이브, 평균자책점(ERA) 4.42를 기록, 박찬호, 류현진에 이어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남겼다. 임팩트로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펼쳤다.
그렇기에 프로를 거치지 않고 미국 무대에 직행하는 후배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들어 고교 무대를 정복한 투수들이 꾸준히 미국 진출을 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희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어 아쉬움이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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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은 "얼마 전에 이마트배에서 하현승(부산고)과 엄준상(덕수고), 박찬민(광주일고) 등을 한 번씩 다 보고 왔다"면서 "확실히 피지컬은 MLB에 가더라도 절대 밀리지 않을 만큼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야구 선배들이 분발해야하지 않나 생각할 정도로 저변이 침체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세계대회에 나가서 성적을 낼 수 있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2학년 때 MLB에 갔지만 확신 있어서 간 것이었다. 최근 후배들은 확신이 있어서 간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여기선 분명 1등이 나온다. 고교 무대에선 타율 4할, 평균자책점도 1점대도 나오지만 이 결과만으로 메이저에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많은 선수들이 미국행을 택하고 있고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현재의 기량으로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미국 직행이 좋을 게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김병현은 "해설하면서 다저스 중계를 많이 하고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경기 등을 중계하면 일본 선수들이 부러울 때가 많았다"며 "고교 선수들이 직행하는 게 맞나라는 걸 따지기 전에 초중고에서 예전에 (박)찬호 형이나 선동열 감독님, 최동원 감독님 같은, 세계 무대에서도 부딪힐 수 있는 좋은 선수들을 키워낼 수 있는 토대가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조언도 건넸다. "어떤 팀을 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는 김병현은 다시 한 번 "다만 그 얘기에 앞서 선배들이 그런 토대를 만들 수 있게 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답은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으로 향한 투수들이 머지 않아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
다만 직행을 택한 선수들보다 KBO리그 무대를 거친 선수들의 성공 사례가 더 많았고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은 벌써부터 MLB 스카우트들을 몰고 다니며 사실상 예비 빅리거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익숙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기회를 받으며 성장해도 충분히 빅리거의 꿈을 이뤄낼 수 있다는 걸 가늠해볼 수 있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이 중대한 기로에서 조금은 더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걸 시사하는 선배의 조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