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문 감독의 신들린 투수 교체 덕에 승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 판이었다. 심지어 경기를 끝까지 책임진 투수도 "갑자기 등판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한화 팬들은 "김경문 감독의 이런 투수 교체는 처음 본다", "무리한 믿음의 야구가 아닌, 유연함이 보여준 승리"라며 찬사를 보냈다.
한화는 1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펼쳐진 KIA 타이거즈와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4-3,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한화는 지난 9일 KIA전에서 8회 3득점을 올리며 맹추격을 펼쳤지만 아쉽게 4-6으로 패했다. 만약 이날 경기까지 내줬다면 자칫 연패에 빠지며 5위까지 위협받을 수 있었던 상황.
그러나 승리를 거두며 한화는 주중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 원점으로 돌렸다. 한화는 31승 1무 28패를 마크하며 5위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4위 KIA와 승차도 2경기에서 1경기로 좁혔다. 이제 11일 경기에서 위닝시리즈의 주인공이 가려진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9회초였다. 한화가 4-3으로 앞선 가운데, 9회초 KIA의 마지막 공격. 한화는 순리대로 클로저 이민우를 투입했다. 이민우는 선두타자 변우혁을 3구째 유격수 직선타로 유도하며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했다. 그러나 다음 타자 김호령을 상대로 6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1사 1루. 동점 주자였다.
KIA는 9번 타자 정현창 대신 좌타자 박정우를 투입했다. 그러자 한화 벤치가 움직였다. 그리고 곧장 이민우를 마운드에서 내리는 초강수를 띄웠다. 사령탑인 김경문 감독에게 있어서 좀처럼 보기 드문 운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감독은 '믿음의 야구'로 대표되는 지도자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다만 팬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믿음으로 인해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김서현이다. 올 시즌 계속 믿고 기회를 부여했지만, 몇 차례 경기를 내준 끝에 결국 현재는 2군에 내려가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신의 한 수, 그 자체였다. 조동욱은 0-2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 뒤 바깥쪽 낮은 코스로 크게 빠지는 슬라이더를 하나 던졌다. 이어 4구째.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1개 정도 바깥쪽 낮은 코스로 흘러나가는 절묘한 슬라이더를 뿌리며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2아웃.
계속해서 올 시즌 뜨거운 타격감의 주인공 박재현이 타석을 밟았다. 초구 속구(148km)는 파울. 2구째 슬라이더는 헛스윙. 순식간에 유리한 0-2의 볼카운트를 점했다. 3구째는 하이 패스트볼을 뿌렸으나 커트가 되며 파울이 됐다. 이어 4구째. 이번에도 앞서 박정우 때 던진 결정구와 비슷하게 바깥쪽 낮은 코스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이를 본 박재현의 배트가 여지없이 돌아가면서 결국 한화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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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화 선발 화이트는 7이닝 6피안타 무4사구 5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시즌 3번째 승리(2패)를 챙겼다. 총 투구수는 89개. 이어 이상규(1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2실점), 이민우(⅓이닝 노히트 1볼넷 무실점), 조동욱(⅔이닝 노히트 2탈삼진 무실점)이 차례로 투구했다. 8안타의 타선에서는 이도윤과 김태연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경기 후 '승장' 김경문 감독은 "무엇보다 화이트가 선발 투수로 본인의 역할을 다 해주고 내려왔다"며 칭찬한 뒤 "경기 초반 리드를 가져오는 3점 홈런을 문현빈이 쳐냈다. 선수들이 경기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1점 차를 잘 막아내며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9회 세이브를 올린 조동욱은 "일단 불펜에서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등판하게 될 줄은 몰랐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긴장됐지만 차분하게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좌타자를 상대로 자신감이 있었고, 요즘 컨디션도 괜찮아 강하게 밀어붙이려고 했다. 속구 구속도 잘 나와 속구로 카운트를 잡고 슬라이더로 승부하자는 생각이었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등판해 긴장되긴 했지만, 오히려 긴장한 덕분에 결과적으로 더 잘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한 뒤 "홈경기 28번째 매진을 기록했는데,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계속 매진을 만들어주시면 선수들이 더 큰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인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