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 태생 혼혈 선수로는 최초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최종 엔트리까지 승선한 옌스 카스트로프(23·묀헨글라트바흐)가 정작 월드컵 무대에선 벤치만 지키고 있다. 매 경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월드컵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치열한 경쟁 구도 속 윙백 자원 중 유일하게 1분도 뛰지 못하고 있는 흐름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앞서 카스트로프는 지난 12일 체코와의 대회 조별리그 A조 1차전부터 벤치만을 지켰다. 홍명보 감독은 왼쪽 윙백 자원으로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을 선발로 출전시켰고, 후반엔 엄지성(스완지 시티)을 교체로 내보냈다. 반대편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가 포진했다. 사실 여기까진 예상 가능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이태석-설영우 윙백 라인은 홍명보 감독이 주전급 라인으로 자주 기용한 바 있다.
문제는 19일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이었다. 홍 감독은 지난 체코전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나섰던 설영우를 돌연 왼쪽에 배치하고, 김문환(대전하나시티즌)을 오른쪽에 포진시켰다. 이어 후반 중반 설영우가 나간 자리엔 엄지성이 다시 한번 투입됐고, 반대편 윙백 교체 자원으로도 양현준(셀틱)이 낙점을 받았다. 사실상 윙백 자원으로 분류될 6명의 자원 중 1분도 뛰지 못한 선수는 카스트로프가 유일하다.

특히 이태석이 빠진 윙백 자리에 카스트로프가 아닌 설영우의 '위치 이동'을 택한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의외였다. 물론 설영우의 장점은 오른쪽뿐만 아니라 왼쪽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카스트로프는 소속팀에서 이미 '왼쪽 윙백'으로 좋은 활약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실제 설영우는 홍명보호 출범 이후 앞선 17경기 중 단 2경기만 왼쪽에 포진할 만큼 오른쪽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무대에서 돌연 '전문 왼쪽 윙백' 카스트로프 기용이 아닌, 설영우의 위치 이동을 택한 것이다.
심지어 교체 자원으로도 자신이 아닌 엄지성이 또 선택을 받았으니, 카스트로프 입장에선 왼쪽 윙백 자리에 설 자리가 더욱 줄어든 모양새다. 물론 중원도 소화가 가능하지만, 중앙 미드필더 자리는 오히려 더 주전과 백업 구도가 명확하게 자리 잡은 상태여서 카스트로프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마땅치가 않은 상황이다. 왼쪽 윙백과 중원 모두 소화가 가능한 그의 멀티 장점이 정작 북중미 월드컵에선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오는 26일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은 무승부만 거둬도 32강에 오를 수 있고, 객관적인 전력 차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선수 운용 폭이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전마저 카스트로프가 홍명보 감독의 외면을 받는다면, 두터워진 왼쪽 윙백 뎁스 등과 맞물려 월드컵 내내 홍 감독 구상에 들기 어려울 수 있다. 치열했던 최종 엔트리 경쟁에서 살아남은 선수가 정작 월드컵 개막 후 사령탑 눈밖에 난 채 전력 외로 밀린 듯한 흐름은 대표팀 입장에서도, 카스트로프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