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기에의 황금세대가 끝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세계 무대 정상 등극은 시간문제라던 과거의 찬사가 무색하게도, 이제는 월드컵 조별리그 통과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로 추락했다.
벨기에는 22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G조 2차전에서 이란과 0-0 무승부에 그쳤다.
한때 우승후보라 통하던 벨기에의 급격한 몰락에 전 세계가 놀랐다. 영국 유력지 'BBC'는 "10년 전만 해도 벨기에는 언제 우승할 것인가의 문제지 우승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분명 벨기에는 축구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세대를 앞세우고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 1차전에 이어 연속으로 무승부에 그친 벨기에는 지난 월드컵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아 들 위기에 직면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케빈 더 브라위너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문전으로 향했지만, 로멜루 루카쿠의 발에 걸리지 않으며 선제골 기회를 날렸다.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오랜 기간 전력에서 이탈해 있던 루카쿠는 2025년 6월 이후 처음으로 대표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기 내내 무거운 몸놀림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지 못했다.
벨기에는 전반 25분, 이란의 메흐디 타레미에게 프리킥 상황에서 실점 위기를 맞았다. 긴 비디오 판독(VAR) 끝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득점은 무산됐다. 다만 벨기에는 이로써 월드컵 4경기 연속 전반전 무득점이라는 극심한 빈공에 시달리게 됐다.

후반전에도 답답한 흐름은 이어졌다. 벨기에는 경기 내내 점유율을 쥐고 무려 23개의 슈팅을 퍼부었지만 이란의 알리레자 베이란반드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 쇼를 뚫어내지 못했다. 벨기에가 월드컵 한 경기에서 23개 이상의 슈팅을 때리고도 무득점에 그친 것은 1994년 월드컵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후반 21분 젊은 수비수 네이탄 응고이가 결정적인 반칙으로 퇴장당하는 악재까지 겹치며 벨기에는 10명으로 싸워야 했다.
이날 벨기에의 경기력은 과거 세계를 뒤흔들던 황금세대의 종말을 그대로 보여줬다. 벨기에는 2006년과 2010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기점으로 에당 아자르, 루카쿠, 더 브라위너, 무사 뎀벨레, 얀 베르통언,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빈센트 콤파니 등 포지션 전반에 걸쳐 역대급 재능들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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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축구계는 벨기에가 메이저 대회를 지배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황금세대는 단 한 번도 메이저 대회 결승조차 밟아보지 못한 채 저물어가고 있다. . 벨기에는 2014년 이후 치러진 6번의 메이저 대회에서 단 한 차례만 준결승에 올랐을 뿐이다.
현장 전문가들의 비판도 쏟아졌다. 프랑스 레전드 패트릭 비에이라는 "벨기에의 가장 큰 문제는 더 브라위너와 루카쿠의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경기 템포를 전혀 맞추지 못했고 루카쿠의 첫 터치와 연계는 정말 최악이었다"고 꼬집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로이 킨 역시 "경기 질적인 측면에서 정말 형편없는 수준이었다"고 혹평했다.
현재 벨기에는 이란과 함께 G조에서 승점 2점에 머물러 있다. 조별리그 최종전인 뉴질랜드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자력으로 32강 토너먼트에 턱걸이할 수 있는 처량한 신세다. 한때 세계 축구를 집어삼킬 듯했던 벨기에의 황금세대가 이대로 쓸쓸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