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망이는 못 쳐도 된다. 수비만 신경 써라."
키움 히어로즈 2년차 유격수 권혁빈(21)은 얼마 전까지 팀 코칭스태프와 선배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어린 선수를 편하게 해주려는 말이었으나 본인에게는 살짝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그랬던 권혁빈이 요즘 키움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로 대반전을 이뤄냈다. 그는 후반기 들어 16경기에서 타율 0.354(48타수 17안타), 2루타 4개, 7타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 타율이 팀내에서는 1위이고, 리그 전체로도 10위에 올라 있다.

권혁빈은 지난 5일 롯데 자이언츠전이 폭염 취소된 부산 사직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최근 상승세 비결에 대해 "코치님들과 선배님들이 '타격은 기대 안 한다'고 저를 좀 위로해주려고 하신 말인데, 한편으론 자존심이 좀 상하고 '잘 칠 수 있는데' 하면서 좀더 독기를 품고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설종진(53) 키움 감독도 "(권)혁빈이한테 '방망이는 못 쳐도 좋다. 수비에서 잘 해주면 타점보다 더 좋은 것이다'라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했다"며 "선수가 마음 편하게 타격을 하고 출루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구고를 나와 2025 신인 드래프트 7라운드 61순위(계약금 5000만원)로 키움 유니폼을 입은 권혁빈은 첫 시즌인 지난해 22경기 출장(20타수 2안타, 타율 0.100)에 그친 뒤 올 시즌을 앞두고 육성선수로 전환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절치부심 끝에 지난 5일 1일 다시 정식 선수로 등록돼 이후 팀의 76경기 중 71경기에 나서며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시즌 성적은 타율 0.218(179타수 39안타)에 18득점 16타점이다.

권혁빈은 "올해는 그냥 2군에서만이라도 잘하자는 목표였는데 이렇게까지 기회를 받을 줄은 몰랐다. 매일 경기에 나가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경험도 많이 하고 있다"며 "이제 타석에서 여유가 좀 생기고, 좀더 적극적으로 친 게 결과가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수비의 중요성도 잊지 않았다. 권혁빈은 "수비에서만큼은 실수가 없어야 한다"며 "수비를 못 하면 솔직히 경기에 나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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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에 대해서도 "지금은 장타(2루타만 7개)가 너무 없고 출루율(0.266)도 낮다. 올 시즌 끝나고는 바로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해 체력을 키우고 장타를 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