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매년 여러 종류의 간행물을 발간한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KBO리그 규정', 'KBO 야구규약', '공식야구규칙'이다.
규정, 규약, 규칙. 표현이 비슷해 일반 야구팬들에게는 그 차이가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세 간행물은 각각 담고 있는 내용과 역할
이 다르다. KBO 공식 홈페이지의 '규정·자료실'(KBO→게시판→규정·자료실)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그 차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KBO리그 규정'은 KBO가 주최하는 KBO리그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한국시리즈까지의 포스트시즌, 올스타전 및 퓨처스리그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제반 사항을 담고 있다. 반면 'KBO 야구규약'은 정관에서 정하지 않은 KBO리그 운영에 관한 사항을 비롯해 주요 계약과 각종 규정 등을 담는다. '공식야구규칙'은 야구 경기의 기본적인 사항부터 경기 전반에 걸친 세부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다.
이를 조금 단순화해 보면 공식야구규칙은 '야구 경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KBO리그 규정은 'KBO가 주최하는 리그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KBO 야구규약은 그보다 넓은 차원에서 KBO리그 운영과 구단·선수의 관계, 각종 계약과 제도 등에 관한 사항을 다루는 문서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프로야구단 프런트에서 일할 때 가장 자주 찾아봤던 것은 'KBO 야구규약'이었다. 매년 KBO 이사회 등을 거치면서 내용이 바뀌는 데다 구단을 운영하면서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KBO리그 규정'과 '공식야구규칙'은 상대적으로 찾아볼 일이 많지 않았다. 경기 현장에서 직접 업무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규약에 비해 접할 일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울산 웨일즈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투수 오카다 아키타케의 LG 트윈스 입단이 무산된 사례를 보면서 다시 KBO리그 규정을 들여다보게 됐다.
오카다의 LG 입단이 불가능했던 근거는 '2026 KBO리그 규정' 제78조 '퓨처스리그 참가 구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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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제78조가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규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울산 웨일즈의 퓨처스리그 참가를 앞두고 2025년 11월 19일 신설된 조항이다. KBO는 울산의 퓨처스리그 참가를 최종 승인한 뒤인 12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선수단 구성과 KBO 구단으로의 이적에 관한 내용을 알렸다.
당시 KBO는 울산이 외국인선수를 최대 4명까지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울산 소속 외국인선수가 KBO 구단으로 이적할 수 있는 기간을 정했다.
이 내용이 2026 KBO리그 규정 제78조 제5항에 담겼다. 퓨처스리그 참가 구단의 외국인선수는 KBO 규약상 양도가능기간인 KBO 포스트시즌 종료 다음 날부터 이듬해 7월 31일까지만 KBO 회원 구단으로 이적·입단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퓨처스리그 참가 구단'은 울산 웨일즈를, 'KBO 회원 구단'은 기존 KBO리그 10개 구단을 의미한다.
오카다는 울산 소속 외국인선수이기 때문에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결국 LG가 오카다를 영입하려 했을 때는 양도가능기간의 마지막 날인 7월 31일이 이미 지난 뒤였다. 오카다가 LG 유니폼을 입을 수 없었던 핵심적인 이유다.


그런데 만약 KBO리그 규정 제78조 제5항이 신설되지 않았다면 상황을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 KBO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제9조 '추가등록' 제2항에는 '8월 16일 이후 소속선수로 공시된 선수는 당해 연도 KBO 포스트시즌 경기에 출장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뒤집어 보면 외국인선수를 8월 15일까지 소속선수로 공시할 경우 그해 포스트시즌 출장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 KBO 외국인선수 제도에 익숙한 관계자라면 외국인선수 영입 가능 시점을 판단할 때 이 조항을 먼저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울산 소속 외국인선수에게는 일반적인 외국인선수 관련 규정에 앞서 KBO리그 규정 제78조 제5항이 적용됐다.
이 대목에서 KBO의 규정 체계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선수의 양도는 KBO 야구규약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영역이다. 실제 야구규약에는 '제10장 선수계약의 양도'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외국인선수에 관한 사항 역시 야구규약 제5장 '선수'의 제29조 '외국인선수'에서 다룬다. '선수계약의 양도'와 '외국인선수'라는 두 요소만 놓고 보면 모두 KBO 야구규약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울산 소속 외국인선수가 KBO 회원 구단으로 언제 이적·입단할 수 있는지를 제한하는 조항은 야구규약이 아닌 KBO리그 규정 제78조 제5항에 들어갔다.
그 이유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KBO리그 규정에는 '제7장 KBO 퓨처스리그'가 별도로 있고 21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제78조 역시 이 장에 속해 있다. 반면 KBO 야구규약에서 퓨처스리그를 직접 다루는 조항은 제43조 'KBO 퓨처스리그 경기' 정도다.
하지만 KBO리그 규정 '제7장 KBO 퓨처스리그'는 리그 편성과 경기 방식, 경기 일정의 결정 및 변경 등 퓨처스리그의 운영과 경기 진행에 관한 사항을 주로 다룬다. KBO리그 규정의 목적 역시 KBO가 주최하는 각 리그와 경기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제반 사항을 정하는 데 있다.
반면 제78조 제5항은 경기 방식이나 일정에 관한 조항이 아니다. 퓨처스리그 참가 구단 소속 선수가 어떤 조건에서 KBO 회원 구단에 입단할 수 있는지, 외국인선수는 언제까지 이적할 수 있는지를 정한다. 선수의 신분과 계약, 구단의 선수 영입 자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다. 성격상 KBO 야구규약에 가깝다.
여기서 KBO나 구단 실무 입장에서 혼선 가능성이 생긴다.
야구기자를 포함해 야구계 관계자들조차 '규약'과 '규정'이라는 표현을 혼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오카다 사례에서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또 있었다.
KBO는 12일 언론에 배포한 'LG의 울산웨일즈 오카다 선수 영입 관련 KBO 입장'에서 오카다의 이적을 제한한 제78조 제5항을 '규약'으로 표기했다가 뒤늦게 'KBO리그 규정'으로 정정했다. 규약과 규정을 만들고 관리하는 KBO조차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두 문서를 혼동한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KBO 야구규약과 KBO리그 규정의 체계를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느 내용을 규약에 두고 어느 내용을 리그 규정에 둘 것인지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불가피하게 서로 연관된 내용이 여러 문서에 나뉘어 있다면 관련 조항을 서로 연결해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규정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는 규정의 내용만큼이나 어디에서 그 규정을 찾아야 하는지도 명확해야 한다.
오카다의 LG 입단 무산은 한 선수의 이적이 무산된 사건을 넘어, KBO의 규정과 규약이 과연 충분히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