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팀 갔다 오더니 실력이 늘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프로배구 남자부 KB 손해보험의 4년 차 아웃사이드 히터 윤서진(21)이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 경험과 해외 전지훈련을 발판 삼아 다시 한번 주전 경쟁에 뛰어든다.
윤서진은 12일 일본 사카이에서 진행 중인 KB손해보험 전지훈련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훈련이 잘되고 있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올 시즌에는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많은 분의 눈에 내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수성고를 졸업한 윤서진은 2023~2024시즌 V리그 신인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었다. 가능성은 일찌감치 인정받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데뷔 시즌 11경기 17세트에서 14점을 올렸고, 2024~2025시즌에는 11경기 26세트 55득점으로 조금씩 존재감을 키웠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는 6경기 11세트, 20득점에 머물렀다.
특히 KB손해보험의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는 팀 내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포지션이다. 새 시즌에는 상황이 또 달라졌다. FA로 합류했던 임성진이 군에 입대한 대신 황경민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고전했던 나경복도 절치부심하며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쿼터 타루샤 차메스(등록명 타루샤)와 홍상혁까지 있다. 하현용 감독대행 역시 임성진의 공백에도 아웃사이드 히터진 전체 전력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윤서진이 코트를 밟기 위해 넘어야 할 경쟁자도 적지 않다. 그런 윤서진에게 이번 비시즌은 특별했다. 지난 7월 말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브라질과 평가전을 치렀고 동아시아선수권에도 참가했다. 세계적인 강호 브라질을 상대로 한 3차 평가전에서는 10점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윤서진은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큰 경험이 됐다. 형들의 수준을 내가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막상 경험해보니 정말 큰 동기부여가 됐다. 계속 대표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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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강한 상대와 경기를 해봤다는 의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배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며 "단순히 배구 실력이 아니라, 훈련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 등 많은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변에서도 변화를 알아봤다. 윤서진은 "대표팀을 다녀온 뒤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배구선수 출신인 어머니도 오랜만에 내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시더니 '이제 배구를 알고 하는 것 같다'고 칭찬해주셨다"고 미소 지었다. 브라질에서 받은 자극은 일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이번 전지훈련에서 사카이 블레이저스와 킨키대 등을 상대로 연습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윤서진은 일본 배구에서 또 한 번 시야를 넓혔다. 그는 "브라질처럼 피지컬로 압도하는 느낌과는 달랐다. 일본 선수들은 누가 들어가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기본기를 갖추고 있었다"며 "배구를 굉장히 영리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에 올랐던 KB손해보험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우리카드에 패하며 짧은 봄배구에 만족해야 했다. 새 시즌에는 4시즌 동안 공격을 책임졌던 안드레스 비예나가 떠났고 임성진까지 입대했다. 공격의 무게를 여러 선수에게 나눠야 하는 상황에서 윤서진과 같은 젊은 선수의 성장은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정작 윤서진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냉정하게 바라봤다. 그는 "당장 선발 자리를 꿰차겠다고 생각하는 건 거만한 것이다. 난 아직 갈 길이 멀고 더 보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고 딱 잘라 말했다.
겸손하면서도 자신감까지 숨기지는 않았다. 윤서진은 "언제든 경기에 들어가면 최선을 다할 준비가 돼 있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며 "지난 시즌보다는 더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비시즌 동안 배운 것을 경기장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단순히 '가능성 있는 유망주'라는 평가를 넘어 자신의 이름을 코트 위에 남기고 싶은 4년 차다. 윤서진은 "늘었다는 칭찬을 듣는다고 자만하면 안 된다. 지금처럼 묵묵하게 내가 해야 할 것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