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폐 끼쳤다" 17홈런 치고도 고민이었다... 77순위 23세 거포의 성장통, LG 문정빈은 어떻게 조금씩 이겨냈나

"팀에 폐 끼쳤다" 17홈런 치고도 고민이었다... 77순위 23세 거포의 성장통, LG 문정빈은 어떻게 조금씩 이겨냈나

김동윤 기자
2026.09.18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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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의 문정빈이 지난 16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시즌 17호 홈런을 포함해 5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4연승을 이끌었다. 전반기 활약 이후 상대의 견제로 부진을 겪었으나,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이 잘 칠 수 있는 공에 집중하며 성장통을 극복했다. 문정빈은 20홈런 달성보다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하고 생애 첫 가을야구를 경험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LG 문정빈이 16일 창원 NC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LG 문정빈이 16일 창원 NC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잘 치려고 했던 욕심을 내려놓자 오히려 타구가 더 멀리 뻗었다. 올 시즌 LG 트윈스 최고의 '히트 상품' 문정빈(23)이 프로 첫 풀타임 시즌의 성장통을 조금씩 이겨내고 있었다.

문정빈은 지난 1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5번 타자 및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시즌 17호 홈런을 포함해 5타점을 쓸어 담았다. LG는 문정빈의 활약을 앞세워 NC를 9-2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안타 하나에 집착하지 않고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한 결과였다. 문정빈은 2회 처음 상대해보는 마이크 클레빈저(36)의 스위퍼와 커터, 포심 패스트볼을 차분하게 골라내 풀카운트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4회 배재환(32)을 상대로는 바깥쪽 낮은 변화구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득점권에서는 달랐다. LG가 2-2로 맞선 5회 1사 만루에서 신영우(22)의 가운데로 몰린 공을 결대로 밀었다. 타구는 우중간 담장 가까이 뻗어 중견수 희생플라이가 됐고 LG는 3-2로 경기를 뒤집었다. 7회 1사 2, 3루에서도 이용준(24)의 가운데 몰린 공을 놓치지 않았다. 이번에도 중견수 방면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려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추가했다.

하이라이트는 9회였다. LG가 6-2로 앞선 무사 1, 2루에서 김태경(25)의 몸쪽 슬라이더를 과감하게 걷어 올렸다.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시즌 17호 3점 홈런. 희생플라이 2개로 차곡차곡 쌓은 타점은 어느새 5개가 됐다. 경기 후 만난 문정빈은 "5타점을 했다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들어와서 김재율 코치님이 '너 5타점이지?'라고 하셔서 그때 알았다"고 웃었다.

LG 문정빈이 16일 창원 NC전 9회초 무사 1, 2루에서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문정빈이 16일 창원 NC전 9회초 무사 1, 2루에서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오히려 그 무심함이 이날 타격을 설명한다. 문정빈은 전반기 34경기에서 타율 0.313(83타수 26안타), 7홈런 20타점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가동초-잠신중-서울고를 거쳐 2022 KBO 신인드래프트 2차 8라운드 전체 77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선수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1군 중심타선에 자리 잡았다. 적은 기회에도 많은 홈런을 치면서 스스로 자리를 만들었다.

그러자 상대도 문정빈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8월 타율은 0.195(77타수 15안타), 9월에도 이날 경기 전까지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특히 바깥쪽 낮은 변화구에 방망이가 끌려 나가면서 헛스윙과 범타가 늘었다.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가 제공하는 구종별 헛스윙률을 보면 바깥쪽 하단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에 가장 취약했다.

선수 본인도 원인을 알고 있었다. 문정빈은 "결과가 너무 안 나오다 보니까 사실 좋지 않은 공인데도 그런 공도 치면서 결과를 내려고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생각을 바꿨다. 상대 투수들이 장타를 경계해 승부를 피할 수 있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였다. 문정빈은 "좋지 않은 공은 그냥 버리고 스트라이크를 먹더라도 내가 잘 칠 수 있는 공을 치려고 했다. 그랬던 것이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시간도 오히려 약이 됐다. 문정빈은 "못해서 못 나간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조금 더 편하게 쉬게 해주시려고 하는구나 생각했다"라며 "당시에는 내가 너무 안 좋았고 팀에 폐를 끼치고 있었다. 오히려 쉬면서 생각도 하고 컨디션도 끌어올릴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선배들의 조언도 마음을 가볍게 했다. 잘 치려는 욕심보다 필요한 타격 하나에 집중하라는 이야기였다. 문정빈은 "안타를 치려고 하지 않고 '희생플레이 하나 쳐야겠다'고 간단하게 생각하니까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LG 문정빈이 16일 창원 NC전에서 득점 후 축하받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문정빈이 16일 창원 NC전에서 득점 후 축하받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공교롭게도 이날 타구가 이를 그대로 보여줬다. 문정빈이 스스로 가장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우중간과 가운데, 좌중간으로 강한 타구가 고르게 뻗었다. 염경엽(58) 감독이 인정한 우타 거포 세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염 감독은 문정빈, 이재원(27), 송찬의(27)를 두고 잠실야구장 장외 홈런이 가능할 선수로 꼽은 바 있다. 타고난 파워 덕분에 잘 맞히기만 해도 금방 담장 가까이 날아간다.

문정빈은 "안 좋을 때는 왼쪽으로 빗맞은 타구가 많이 나온다. 좋을 때는 가운데 쪽으로 좋은 타구가 많이 나와서 나도 의도적으로 그쪽으로 치려고 한다"라며 "딱히 밀어 친다기보다는 센터 쪽으로 쳐야 배럴 타구가 많이 나온다. 오늘(16일)도 우중간, 센터, 좌중간으로 딱딱딱 쳤다. 안타가 되지는 않았지만, 결승타가 되고 희생플레이가 돼서 너무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어느덧 시즌 성적도 75경기 타율 0.260(231타수 60안타), 17홈런 55타점, 출루율 0.338, 장타율 0.550, OPS 0.888이다. 첫 풀타임 시즌부터 20홈런까지 단 3개를 남겼다. 송찬의(23) 역시 15홈런을 기록하며 선의의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둘 사이에 홈런 경쟁 이야기는 없다고 했다. 문정빈은 "(송)찬의 형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홈런을 치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더 콘택트하려고 한다. 그렇게 치다 보니까 나오는 것이지 홈런을 치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20홈런보다 먼저 이루고 싶은 목표도 따로 있다. 문정빈은 "다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성적은 안 아프면 뒤따라온다"라며 "가을야구도 한 번도 못 뛰어봐서 기대된다. 뛰어본 친구들한테 들으니 엄청 재미있고 에너지가 끓어오른다고 하더라. 그래서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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