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내가 한 게 아예 없었다" 0구 금메달→111구 투혼... 국대 에이스는 '무임승차' 꼬리표 지우고도 미안해했다

"그땐 내가 한 게 아예 없었다" 0구 금메달→111구 투혼... 국대 에이스는 '무임승차' 꼬리표 지우고도 미안해했다

인천국제공항=김동윤 기자
2026.09.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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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빈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대만전과 일본전에 선발 등판해 12이닝 1실점 19탈삼진의 성적으로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3년 전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해 '무임승차' 논란을 겪었던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111구를 던진 곽빈은 7회 실점 상황에 대해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대표팀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을 보였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에이스 곽빈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에이스 곽빈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야구대표팀 우완투수 곽빈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 결승전에서 선발로 나와 역투하고 있다. 일본은 이틀 전 한국상대로 승리를 따냈던 히구치가 다시 선발로 나섰다. 2026.09.27. /사진=강영조 cameratalks@
야구대표팀 우완투수 곽빈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 결승전에서 선발로 나와 역투하고 있다. 일본은 이틀 전 한국상대로 승리를 따냈던 히구치가 다시 선발로 나섰다. 2026.09.27. /사진=강영조 cameratalks@

'국가대표 에이스' 곽빈(27·두산 베어스)이 3년 전 '무임승차 금메달' 논란을 자신의 힘으로 털어냈다. 그러나 동료들을 향한 미안함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곽빈은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전에도 금메달을 땄지만, 그때는 내가 한 게 너무 아예 없어서 금메달을 나 혼자 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번에 다시 기회가 온 만큼 증명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던졌다. 금메달을 따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곽빈은 가장 중요한 두 경기를 책임졌다. 그는 지난 21일 대만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압도했다. 투구 수는 90개였다. 한국은 난적 대만을 5-0으로 꺾으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리고 27일 일본과 결승에서도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6회까지 일본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곽빈은 7회에도 마운드를 지켰다. 결국 동점을 허용한 뒤 내려왔지만, 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 무려 111구를 던졌다. 이번 대회 최종 성적은 2경기 12⅓이닝 1실점 19탈삼진, 평균자책점 0.73. 류지현(55) 대표팀 감독이 결승 직후 대회 MVP를 묻는 말에 주저 없이 곽빈을 꼽은 이유였다.

결승타 주인공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김도영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 결승전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딴 후 김주원, 곽빈, 노시환과 메달을 수상하고 있다.  2026.09.27.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결승타 주인공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김도영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 결승전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딴 후 김주원, 곽빈, 노시환과 메달을 수상하고 있다. 2026.09.27.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이 장면이 더욱 특별했던 건 3년 전 기억 때문이다. 곽빈은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대표팀 핵심 투수로 참가했다. 그러나 대회를 앞두고 우측 날개뼈 부근에 담 증세가 찾아왔고 감기 증세까지 겹쳤다. 당초 홍콩전과 슈퍼라운드 한 경기 등판이 예상됐지만, 끝내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한국은 문동주(23·한화 이글스)를 비롯한 투수들의 활약 속에 금메달을 따냈고 곽빈도 시상대에 올랐다. 그러나 한 공도 던지지 않은 채 금메달과 병역 혜택을 받았다는 이유로 '무임승차'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따라붙었다. 당사자가 느낀 마음의 짐은 더 컸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참가해서는 "나도 국제무대에서도 통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내비친 이유였다.

그리고 3년 뒤 다시 찾아온 아시안게임에서 곽빈은 와일드카드이자 대표팀 1선발이 됐다. 자신의 각오를 마운드에서 증명했고, 특히 일본과 결승에서 그 마음이 111개의 공에 그대로 묻어났다. 곽빈은 일본과 결승전을 돌아보며 "7회에 올라가서 충분히 삼자범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00개가 넘어가니까 미스가 조금씩 생겼고 그 공들이 안타가 되면서 실점했다"며 "한 구 한 구 정말 간절하게 던졌다. 무조건 7회까지 내가 끊고 싶었다"고 말했다.

포수 조형우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 결승전에서 7회말 일본 사토의 안타때 2루주자 아이자와를 홈에서 득점을 허용했다.   100구를 넘겨 교체되며 아쉬워하는 곽빈. 2026.09.27.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포수 조형우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 결승전에서 7회말 일본 사토의 안타때 2루주자 아이자와를 홈에서 득점을 허용했다. 100구를 넘겨 교체되며 아쉬워하는 곽빈. 2026.09.27.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7회 위기를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오며 고개를 숙인 것도 그래서였다. 다행히 뒤이어 등판한 조병현(24·SSG 랜더스)이 위기를 막았고 한국은 8회 다시 리드를 잡아 일본을 3-1로 꺾었다. 곽빈은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그냥 애들 얼굴을 쳐다보기가 너무 미안했다"라며 "8회와 9회를 병현이와 영현이한테 좀 편하게 맡기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된 것 같아 아쉬웠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3년 전에는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이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이번에는 111구를 던지고도 자신의 몫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며 또 미안해했다. 그사이 달라진 것은 곽빈이 짊어진 무게였다.

곽빈은 대표팀 1선발이라는 자리를 두고 "정말 부담이 많이 되는 자리"라면서도 "이 부담감도 어떻게 보면 나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경기에 들어가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음에도 태극마크에 대한 자세는 달라지지 않는다. 곽빈은 "대표팀에 뽑힐 수 있고 안 뽑힐 수도 있다. 하지만 뽑히면 태극마크를 단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핑계를 대지 않고 무조건 결과를 내야 하는 게 프로"라고 강조했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에이스 곽빈(왼쪽)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미소 짓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에이스 곽빈(왼쪽)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미소 짓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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