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선물 제대로 이해하기"

"나스닥 선물 제대로 이해하기"

박정태 기자
2000.12.02 09:02

"나스닥 선물 제대로 이해하기"

[편집자주] 【박정태의 글로벌뷰】

주식시황을 읽다 보면 "나스닥 지수선물의 폭락으로 주가가 급락했다" 혹은 "나스닥 선물이 급등세로 돌아서면서 주가 오름세를 부추겼다"는 식의 표현을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실제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활동하는 많은 투자자들이 시시각각 변동하는 나스닥 지수선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요즘에는 기관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나스닥 지수선물을 참고하고 있을 정도지요.

그런 점에서 이제 나스닥 지수선물은 "한국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최대의 대외 변수"로 자리잡은 느낌입니다. 적어도 장중(場中)에서는 말이지요. 이같은 현상은 나스닥 시장이 이미 세계 최대의 주식시장으로 부상한 데다, 세계 주식시장의 동조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특히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주요 기업들이 다름 아닌 최근 몇 년간 세계 주식시장에서 테마주 역할을 했던 반도체와 통신, 인터넷 관련 기업들이라는 점도 중요한 요인일 것입니다.

사실 미국 뉴욕주식시장에서도 나스닥 지수선물은 실제 주식시장인 현물 시장을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잣대로 인용됩니다. CBS마켓워치나 더스트리트닷컴과 같은 인터넷 금융정보 사이트들은 뉴욕주식시장 개장 직전 시황 예상기사의 첫머리를 나스닥 100 지수선물과 S&P 500 지수선물의 변동상황을 알리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미국 연방정부의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되는 시간이 주식시장 개장 한 시간전인 오전 8시 30분(미 동부시간 기준)이어서 이 발표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미리 가늠해주는 시험판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들 선물지수는 특히 전날 뉴욕주식시장이 마감한 다음부터 다음날 개장 때까지 발생한 온갖 뉴스들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지난 11월 21일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미 대선과 관련해 "4개 카운티의 수개표 결과를 개표결과에 포함시키되 마감시한을 11월 26일 오후 5시로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뉴욕 현지시간으로 밤 10시였습니다.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대선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원의 판결인 만큼 주식시장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게 분명했지만 뉴욕주식시장은 개장하려면 12시간 가까이나 지나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간에도 글로벡스2(Globex2)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의 주가지수 선물은 급박하게 움직였습니다. 이 날 판결로 대선 정국의 안개가 어느 정도 걷힐 것으로 기대하고, 판결이 나오기 30분 전까지 50포인트 이상 올랐던 나스닥 100 지수선물은 막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결결과가 나오자 상승폭을 줄이기 시작하더니 판결이 나온 지 30분만에 큰 폭의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다음날인 11월 22일 뉴욕주식시장에서 이 뉴스는 큰 악재로 작용해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116.11포인트나 급락했습니다. 나스닥 지수선물이 먼저 이 뉴스를 매우 부정적으로 해석했고, 다음날 현물시장 역시 악재로 받아들인 셈이지요.

이처럼 나스닥 지수선물은 뉴욕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점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미국 시간으로 밤사이에 움직이는 나스닥 선물지수는 한국이나 일본시간으로는 아침과 낮 시간이어서 장중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나스닥 100 지수선물(Nasdaq 100 Index futures)은 지난 1996년부터 거래되기 시작했습니다. S&P 500 지수선물의 경우 1982년부터 거래됐으니 이보다 14년이나 늦게 도입된 셈이지요. 나스닥 100 지수 산정에 편입되는 종목은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되는 5,000여 개의 종목 중 하루 평균 거래량이 10만주 이상인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입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델컴퓨터, 시스코시스템즈, 야후, 아마존 등 컴퓨터, 통신, 인터넷 관련기업들이 주종을 이루지만 스타벅스와 같은 음식료, 서비스 업체들도 있습니다. 이들 종목의 주가를 가중평균 시가총액 방식으로 지수화 한 게 나스닥 100 지수입니다.

나스닥 100 지수선물의 거래가격은 한 계약당 지수에 100달러를 곱한 것입니다. 가령 현재 나스닥 100 지수가 2,800포인트일 경우 지수선물 한 계약의 가격은 28만 달러인 셈입니다. 나스닥 선물의 가격이 이처럼 너무 비싸다 보니 1999년에는 미니 나스닥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 E-mini Nasdaq 100 futures가 도입됐습니다. 이 미니 나스닥 선물은 한 계약당 지수에 20달러를 곱한 가격으로 거래되지만 글로벡스2 시스템으로만 거래됩니다. 그러니까 나스닥 100 지수선물은 사실상 24시간 거래되는 반면 미니 나스닥은 뉴욕주식시장이 마감한 뒤부터 다음날 개장 직전까지만 거래된다는 말이지요.

나스닥 100 지수선물의 거래시간은 이 상품이 거래되는 시카고 시간을 기준으로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3시 15분까지, 또 오후 3시 45분부터 다음날 오전 8시 15분까지입니다. 앞의 거래시간은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플로어(신문이나 방송에서 접할 수 있는 중개인들이 실제로 거래하는 장소)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뒤의 거래시간은 글로벡스2 시스템이라고 하여 전자거래로만 이뤄지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나스닥 지수선물이라고 하면 후자의 글로벡스2 시스템에서 이뤄지는 것만을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사실상 24시간 거래된다고 할 수 있지요. 단지 플로어에서 이뤄지는 나스닥 100 지수선물은 한국시간으로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는 밤 시간에 거래되는데다 현물 시장과 같은 시간대에 열려 주목받지 못하지만 말이지요. 하지만 월가에서는 당연히 장중에 동시에 열리는 나스닥 100 지수선물의 가격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실제로 나스닥 100 지수선물의 거래량은 뉴욕 주식시장 개장 1시간 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장중에 가장 많이 이뤄집니다.

나스닥 지수선물의 거래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거래가 정지되는 가격변동폭입니다. 서킷 브레이커스(circuit breakers)가 발동되는 가격제한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카고 상품거래소는 지수선물의 가격변동폭을 최대 20%로 정하고, 가격이 2.5%, 5%, 10%, 15% 변할 때마다 10분씩 거래를 중단합니다. 또 뉴욕 주식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스가 발동하면 지수선물의 가격변동폭과는 관계없이 거래를 중단합니다. 특히 뉴욕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는 밤 시간대에 거래되는 글로벡스2 시스템에서는 가격변동폭을 최대 2.5%로 제한하고 있지요.

지수를 기준으로 한 변동폭은 시카고 상품거래소가 매 분기별로 정하는데, 2000년 4/4분기(10~12월)의 경우 나스닥 100 지수선물은 최대 20% 변동폭이 760포인트, S&P 500은 280포인트입니다. 또 2.5%가 최대 가격 제한폭인 글로벡스2 시스템에서는 나스닥 100 지수선물이 95포인트, S&P 500이 35포인트이상 오르거나 내릴 수 없습니다. 이같은 가격제한폭은 4/4분기의 나스닥 100 지수가 3,800, S&P 500 지수는 1,400 정도가 될 것으로 상정한 것으로 지금보다는 매우 높은 편이지요. (하지만 올해 9월의 마지막 거래일 이었던 9월 29일의 나스닥 지수는 3,672.82였고, S&P 500 지수는 1,436.51이었습니다.)

이처럼 나스닥 100 지수선물의 가격변동폭은 원래 20%이지만 한국 주식시장에서 많이 참고하는, 글로벡스2 시스템으로 거래되는 나스닥 100 지수선물의 가격제한폭은 2.5%에 불과하고, 4/4분기의 경우 95포인트만 떨어지거나 오르면 거래는 중지됩니다. 최근에 나스닥 지수가 더 떨어졌으니 내년도 1/4분기에는 가격변동폭이 더 줄어들겠지요.

나스닥 100 지수선물이 얼마 올랐고, 얼마 내렸나 하는 것은 지수선물의 전날 종가와 비교한 것이 아닙니다. 나스닥 시장에서 이뤄진 100개 편입 종목의 해당일 종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지수를 선물가치로 다시 계산한 정상적인 선물가격, 즉 "페어 벨류(fair value)"와 비교한 것을 말합니다. 선물의 경우에는 3개월에 한번씩 정산이 이뤄지고, 여기에 편입되는 종목을 모두 다 한꺼번에 살 필요가 없으므로 실제로 주식을 사는 것보다 금리비용은 적게 드는 대신 현물 주식을 보유할 경우 얻게 되는 배당수익이 없으므로 이같은 플러스, 마이너스 요인을 감안한 것을 페어 벨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벡스2 시스템 거래는 뉴욕 주식시장 개장 15분 전 끝나므로 글로벡스2 시스템에서 이뤄진 마지막 나스닥 100 지수선물 가격이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페어 벨류보다 높다면 그날 시장은 상승세로 출발할 것이고, 만약 페어 벨류보다 낮다면 하락세로 출발하겠지요. 물론 15분 동안 시장에 큰 변동을 미칠만한 큰 뉴스만 없다면 말입니다.

미국 뉴욕주식시장에서는 나스닥 지수가 급락세를 보이며, 10년간에 걸친 활황장에 종언을 고하고 있습니다. 반면 나스닥 100 지수선물의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 올들어 거의 매달 사상 최대의 거래량 경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올해 10월에 이뤄진 나스닥 100 지수선물의 거래량은 49만863계약에 달합니다. 지난해 10월의 경우 20만9,007계약, 1998년 10월에는 9만8,390계약이 이뤄졌으니 해마다 2배 이상씩 늘어난 셈입니다. 나스닥 100 지수선물은 11월 28일에도 하루동안 4만8,698계약이 거래돼 이틀째 기록을 경신했지요. 같은 날 미니 나스닥 지수선물도 6만9,550계약이 거래돼 일주일만에 사상 최대의 거래량 기록을 세웠지요. 미니 나스닥 지수선물은 특히 거래 개시 1년만에 나스닥 100 지수선물을 추월했을 정도로 미국 금융시장 역사상 최고의 히트상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나스닥 지수선물의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뉴욕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졌고, 투자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헤지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는 반증이겠지요. 하지만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준거 지표로서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는 점에서, 이를 참고로 하는 한국 투자자들은 거래량 증가에 따라 보다 과학적인 분석을 할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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