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불안감" 나스닥 3% 급락
기업 실적 경고와 유가 급등의 2대 악재가 2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을 주저 앉혔다.
경제 회복 및 반도체 바닥 탈출 기대감에 4일째 상승했던 나스닥 시장은 이날 기업 소프트웨어 업체의 잇단 실적 경고와 애널리스트들의 순익 전망치 하향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장중 내내 기를 펴지 못했다. 블루칩 역시 중동 사태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투자 심리가 냉각되면서 전날의 약세를 이어갔다.
이날 부진은 뉴욕 증시의 잠재적인 불안 요인이 증폭된 결과로 보인다. 우선 경제 지표를 통해 침체 탈피가 뚜렷해지고 있으나 기업들의 순익은 급속히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또한 유가가 배럴당 한때 28달러선을 넘어서는 급등세는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그 만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의 최근 회복세가 아직은 탄탄하지 않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UBS워버그의 샤합 잴리누스는 "유가 급등이 불안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 경제의 좋지 않은 시점에 닥쳤다"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앞당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58.21포인트(3.13%) 하락한 1804.41로 마감되며 1800선이 위협받았다. 다우 지수는 48.99포인트(0.47%) 내려간 1만313.71을,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500 지수는 9.77포인트(0.85%) 하락한 1136.77을 각각 기록했다.
거래량은 나스닥 시장이 16억주, 뉴욕증권거래소가 13억주로 각각 전날 보다 많았다. 오른 종목과 내린 종목 수는 나스닥이 13:21, 뉴욕증권거래소는 14:15 로 하락 종목이 많았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도 하락세를 거들었다. 상무부는 이날 2월 제조업 주문이 전달에 비해 0.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1.0%)를 밑도는 수준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당분간 부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1월 주문 증가율도 당초 1.6%에서 1.1%로 하향 조정됐다. 미 제조업협회(NAM)의 제리 제시노브스키 사장은 "재고 조정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늘릴 수 있지만 주문 감소로 볼 때 기업 투자, 특히 기계류 설비 확충이 상반기 내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챌린저, 그레이 & 크리스마스가 집계한 3월 감원 규모는 전달보다 20% 줄어들면서 10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날 유가는 중동 지역이 긴장이 오히려 고조될 조짐을 보이자 급등했고,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값도 따라 올랐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5월 인도분은 한때 배럴당 28달러선을 돌파, 18개월만에 최고치인 28.10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전날보다 99센트 오른 27.87달러에 거래됐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은 불과 2개월전인 2월 7일 배럴당 19.85달러선이었다. 미국이 악의 축으로 분류한 이라크가 이스라엘의 공격적인 태도에 대응해 아랍권에 석유 무기화를 촉구, 시장의 수급 불안감을 높인 데 따른 것이다. 런던 국제 석유시장에서 브렌트유 5월 인도분도 배럴당 1.42달러 급등한 27.34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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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은 6월물 선물이 2월 6일이후 최고치인 온스당 307.80 달러까지 상승했다 소폭 하락한 307.40달러에 거래됐다.
뉴욕 증시는 전날 장 마감후 기업 소프트웨어 업체인 피플소프트와 브로드 비전이 1분기 매출이 월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하락세로 출발했다. 피플소프트는 기업들이 기술부문 투자에 예상보다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업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 기업들의 실적 호전이 더뎌질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날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킹, 텔레콤 업체들이 큰 약세를 보였다. 피플소프트는 32.83% 폭락했고, 브로드 비전은 16.28% 급락했다.
골드만 삭스는 썬 마이크로시스템즈(-6.09%)와 IBM(-1.86%), 마이크로 소프트의 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이 여파로 골드만 삭스 소프트웨어 지수는 6.57% 떨어졌다. 골드만 삭스의 애널리스트 릭 셔런드는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 소프트의 지난 분기 및 2003 회계연도 순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미국의 거시 경제는 개선되고 있으나 기술 부분이 이를 따라가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5.17% 내려갔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줄줄이 하락하자 경제 회복 못지 않게 실적 개선이 중요하며, 순익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순익 호전에 목말라 하는 투자자들의 냉대를 받게 됨을 입증시켰다는 게 월가의 지적이다.
기술주 이외의 종목은 중동 사태 등으로 희비가 갈렸다. 정유주와 방위산업은 매출 증가 기대감으로 오른 반면 항공주는 순익 악화 우려로 하락했다. 보잉과 엑손 모빌은 각각 2.71%, 1.16% 상승했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의 모기업인 UAL은 5.82% 급락했다. 다우 운송지수는 2% 가까이 떨어졌다.
이밖에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은 영업권과 관련된 회계 기준 변경으로 자산 가치가 줄어들게 돼 200억~300억달러를 계상하겠다고 발표, 4.37% 하락했다. 또한 제약업체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은 도매업체들이 자신의 약품을 대거 구입하는 바람에 올해 매출은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 5.35% 하락했다.
가전 소매업체인 베스트 바이는 예상을 웃도는 분기실적을 발표했으나 향후 실적을 경고하는 바람에 5.62% 떨어졌다. 반면 경쟁업체인 서킷 시티는 기대치에 부응하는 실적을 공시해 5.68% 올랐다.
한편 앞서 장을 마감한 유럽 증시는 런던의 FTSE 100 지수가 0.39% 하락하고, 프랑크 푸르트드의 닥스지수와 파리의 CAC 40 지수가 각각 1.6%, 1.29% 떨어지는 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