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시스코 효과" 3대 지수↓(상보)
분기 실적에 대한 낙관과 비관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진 9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은 기술주 우려가 갈수록 무게를 더하면서 3대 지수 모두 일중 최저치로 마감하는 부진을 보였다.
컴퓨터 업계의 거인 IBM에 이은 세계 최대 네크워킹 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즈, 노텔 네트웍스,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 등 기술 기업의 실적 경고 악화음이 증시를 짓눌렀다. 컴팩과 다이얼의 긍정적인 전망, 이스트만 코닥과 3M,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강세는 급락의 버팀목이었으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다우 지수는 한때 55포인트까지 상승하며 상쾌하게 출발했으나 오후들어 등락을 거듭하다 장 마감 한시간을 남기고 부진, 결국 전날보다 40.41포인트(0.39%) 떨어진 1만 208.67로 마감했다. 전날 IBM의 충격을 이겨낸 나스닥 지수는 시스코의 경고에 자세를 잃으며 43.36포인트(2.43%) 급락한 1742.51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500 지수는 7.50포인트(0.67%) 떨어진 1117.79를, 러셀 2000 지수는 등락없는 503.01을 각각 기록했다.
이라크의 석유수출 중단 조치로 급등했던 유가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2개 마을에서 철수키로 했다는 소식에 하락한 것도 긍정적인 재료였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이 석유수출 중단에도 필요한 양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히고, 노사분규로 수출에 차질이 빚어졌던 베네수엘라 공급도 정상화되고 있다는 소식도 유가 안정에 기여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5월 인도분은 이날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전날의 급등분을 반납, 배럴당 61센트 떨어진 25.93달러에 거래됐다. 그러나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천명, 불안감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최근 대형 기업들이 제시하는 실적에 따라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는 것은 지난 1월과 비슷한 양상으로, 기업들의 순익 개선 추세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런 경고가 잇따를 경우 미국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날 낙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감을 표시하면서, 본격적인 장의 흐름은 S&P 500 기업의 1/3이 실적을 발표하는 내주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전략가는 실적에 크게 흔들리는 것은 투자자들이 그동안 기업 순익과 경제 회복을 너무 낙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정보기술(IT) 부문의 회복이 늦어지고 있음이 확인된 만큼 추가 하락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거래 지표들도 장의 혼미함을 그대로 반영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는 상승종목이 내린 종목을 17대 13으로 앞선 가운데 12억주가 거래됐다. 반면 나스닥 시장에서는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을 19대 15로 앞섰고, 거래량은 16억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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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는 항공(1.91%) 소매(0.84%) 은행(0.59%) 등이 강세였으나 소프트웨어(-3.41%) 반도체(-3.16%) 네트워킹(-2.96%) 하드웨어(-2.80%) 텔레콤(-2.59%) 등이 부진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종목은 노텔, 루슨트 테크놀로지(-6.07%) 컴팩, 휴렛팩커드, AOL 타임워너 등이었고, 나스닥 시장에서는 시스코, 썬 마이크로시스템즈(-4.47%), 월드컴, 인텔, 오라클(-2.92%), 마이크로소프트(-4.11%) 등이 거래가 많았다.
이날 최대 악동은 나스닥 거래량 1위의 시스코였다. RBC 캐피털 마켓은 "IT 자본투자 환경이 여전히 힘겹다"며 시스코의 향후 2회계연도 순익 및 매출 목표치를 하향했다. 이 여파로 시스코는 8.41% 급락했다.
북미 최대 텔레콤 장비업체로 최근 신용등급이 '정크' 수준으로 떨어진 노텔 네트웍스는 텔레콤 업체의 투자 축소로 1분기 순익이 예상치를 조금 밑돌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텔은 올 1분기 특별비용을 제외할 경우에는 주당 14센트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악재가 이미 반영된 탓인지 주가는 0.84% 상승했다.
미국 지역 전화회사업체인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 역시 1분기 주당 순이익이 72센트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추산치 73센트를 밑돌 것이라고 고백, 3.39% 떨어졌다. 이들의 경고는 전날 고객 주문 축소로 순익 악화를 경고한 IBM과 맞물려 IT 부문의 회복세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으면서 네크워크, 텔레콤, 소프트웨어, 반도체주의 하락세를 이끌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6개 편입 전종목이 약세를 보이며 3.16% 급락했다. 인텔이 4.91% 떨어진 것을 비롯,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은 3.15%,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2.94% 각각 하락했다. 전날 10% 이상 떨어졌던 IBM은 0.42% 올랐다.
다우 편입 종목인 이스트만 코닥은 살로몬 스미스 바니에 의해 투자등급이 '중립'에서 '시장수익률 상회'로 상향조정된데다 중국 기업의 제휴설이 소개되면서 4.48% 급등했다. 지난주말 실적 목표 달성을 확인한 3M(+1.04%)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1.45%)도 다우 지수 급락을 저지하는 데 힘을 보탰다.
세제와 공기청정제 등을 만드는 다이얼은 내수판매에 힘입어 1분기 순익이 예상치를 최소한 주당 5센트 이상 웃돌 것이고 전망해 6.28% 올랐다. 컴팩은 전날 장마감후 1분기 실적이 기존 예상치를 달성하거나 혹은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오전장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오후 들어서는 기술주 부진에 뭍혀 3.02% 하락했다. 컴팩을 인수할 예정인 휴렛팩커드는 1.64% 올랐다.
소프트웨어 업체 JDA 소프트웨어 그룹은 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혀 12.17% 폭등했다. 하지만 골드만 삭스 소프트웨어 지수는 3.56% 하락했다.
이밖에 AOL 타임워너는 아메리카 온라인 부문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 배리 슐러가 신설되는 디지털 서비스 개발 부문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발표로 0.64% 떨어졌다. 이는 아메리카 온라인 부문의 수익 구조에 불안한 시선이 던져지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2위의 자동차 업체인 포드는 0.53% 하락했다. 포드는 이날 지난해 10월 축출된 최고경영자 자크 나세르가 54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던 지난해 1780만달러의 보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의 1210만달러 보다 32% 늘어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