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노래보다 가수`

언젠가 유명 음반 제작자가 TV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노래가 좋다고 해서 음반이 팔리지 않는다. 가수가 좋아야 음반이 팔린다. 노래만 좋으면 소리바다에서 MP3 다운로드 받고 치운다”
인터넷시대의 부가가치 창출의 포인트가 어디고 옮겨가고 있는지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요즘 기업 광고를 보면 "기술의 xxx”, “품질의 xxx” 이런 식으로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이제 기술이나 제품의 품질이 좋다는 것은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가 못되는 것이다. 우수한 기술, 좋은 품질은 기업이면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할 소양정도로 치부되고 있을 뿐 그것이 브랜드 가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다.
뭔가 사야할 때 누가 권유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올리고 습관적으로 자기물건을 집도록 하는 힘이 바로 브랜드다. 코카콜라 같은 회사는 시가총액의 90% 이상이 브랜드가치로 이뤄져 있다. 코가콜라 맛이 좋아서라기 보다 코카콜라니까 집는다는 식이다.
요즘에는 소비자의 브랜드에 대한 판단이 이성적 요소보다 감성적인 요소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 제품의 물리적 기능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선택하기 보다는 브랜드에서 받는 막연한 느낌, 가령 “드라마에서 김정은이 입고 나왔는데 멋있더라” 같은 직관적 느낌에 따라 구매행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품에 대한 느낌만이 브랜드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의 사회경제활동, CEO의 자질 등이 한꺼번에 뭉쳐져서 소비자의 구매여부에 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브랜드, 제품브랜드 CEO브랜드가 따로 구분되지 않는 것이다. 가령 윤태식 게이트의 한복판에 있던 패스21의 경우 기술력이 있다고 인정돼도 전임 CEO의 도덕성때문에 회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이은 게이트는 CEO의 도덕성이 실추됐을 때 그 회사는 곧 사망선고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음을 입증하고 있다. 국민은행하면 곧 김정태 행장을 떠올리듯 주식시장에도 CEO 브랜드와 기업 브랜드는 동일시되고 있을 정도다.
국내 기업들도 기술, 품질 같은 전통적 미덕을 중시하던 풍조에서 벗어나 마케팅, 브랜드와 같은 무형적인 가치를 지닌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SK처럼 아예 마케팅기업임을 선언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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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브랜드라는 것이 인쇄매체나 방송에 자극적인 광고만 요란하게 한다고 구축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본업부터 잘하고 볼 일이지만 광고, 스폰서십, 체계적 IR 등과 같은 여러 통신수단을 총동원하여 자신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리는게 필요하다. 그리고 이성보다 감성, 부분보다 전체에서 느끼는 감정이 소비자나 주주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제품은 물론 CEO, 직원, 회사까지도 상품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도 남들이 따라오기 힘든 좋은 브랜드를 갖고 있으면 장수기업이 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과연 우리나라 소비자의 특성에 맞는 나만의 브랜드 전략과 글로벌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기울이고 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