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3일째 하락
[상보]
뉴욕 주식시장이 29일(현지시간) 반도체 장비 및 에너지 업체의 부진으로 3일째 하락했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노벨러스 시스템즈의 불안한 실적 전망, 광네트워킹 장비업체인 노텔,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 노키아의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등이 기술주를 끌어 내렸다.
또 기업 회계 처리 관행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고 있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1차 타깃이 된 에너지 관련업체들은 최고경영자(CEO)의 잇단 사임과 매출 증폭 의혹이 맞물리면서 급락했다. 블루칩은 미 최대 장거리 전화 사업자인 AT&T의 신용등급이 두단계 하향 조정된 데 타격을 받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7.80포인트(1.68%) 떨어진 1624.37로 장을 마쳤다. 이로써 기술주는 지난 22, 23일 반짝 상승한 이후 3일장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날 1만선이 붕괴됐던 다우 지수는 58.54포인트(0.59%) 하락한 9923.04를 기록했다. S&P 500 지수 역시 6.89포인트 (0.64%)내린 1067.66으로 마감했다. 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도 487.60을 기록, 4.81포인트 하락했다.
호재 보다는 악재와 루머가 속출한 이날 거래량이 적어 매도세가 급격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위안이 되는 분위기였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10억 6800만주, 나스닥의 경우 13억9300만 각각 거래되는데 그쳤다. 두 시장 모두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을 압도했다. 업종별로는 제약, 부동산신탁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종목군이 강세를 보인반면 반도체, 네트워킹 등은 약세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테러다인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종목이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3.3% 내린 480.10을 기록했다. 인텔과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은 3.7%씩 떨어졌다. 노벨러스는 7.4% 급락했다.
증시 부진에 따라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금값은 연중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6월물 금 선물은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한때 온스당 327.30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날보다 1.40 달러 오른 325.50 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6월물 금 선물은 10일새 2.8% 상승했다. 앞서 런던 시장에서는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경제지표는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충일(미모리얼 데이) 연휴 기간 소매 판매가 다소 부진한 게 발목을 잡았다. 지난 25일까지 3주간 동일점포 판매는 전달 같은 기간보다 0.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레드북 보고서가 밝혔다. 또한 도쿄 미쓰비시와 UBS 워버그 공동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매출이 0.2% 감소했다. 소매 판매 위축은 전날 소비자 신뢰지수가 고무적이지 못한 것과 맞물려 경제 회복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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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에 대한 불안감도 다시 불거졌다. 9.11 테러 여파로 미국인 마음속에 자리잡은 불안심리는 간간히 발생하는 단발적인 사건에도 테러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께 뉴욕 맨해튼의 상징물중 하나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인근에서 수개의 맨홀 뚜껑이 튀어나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중 한 개는 수 블록 튕겨져 나가 행인 한 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뉴욕시 당국은 지하 내부의 압력이 과도하게 높아진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주변 교통이 일시 통제되자 개장을 앞둔 증시에는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선물 시장은 이로 인해 약세를 보였다.
노벨러스는 전날 장 마감후 분기 실적 전망을 중간 점검하면서 순익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밝은 전망을 기대했던 전문가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데다 하반기 전망을 제시하지 않아 하락세를 탔다. 이는 반도체 장비주 전반에 구름을 드리웠다.
노키아는 UBS워버그가 순익 전망치와 주가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여파로 3.57% 떨어졌다. 경쟁업체인 에릭슨도 동반 하락했다.
미국 최대 장거리 전화사업자인 AT&T는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의해 선순위 무담보 채권 등급이 'A-3"에서 'Baa2'로 두단계 떨어지면서 3.06% 하락한 12.01달러에 마감,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AT&T 주가는 한때 11년래 최저 수준을 보였다. 'Baa2' 등급은 투자부적격(정크본드)의 바로 윗 단계이다. 무디스는 장거리 전화 및 데이터 통신 부문 매출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경쟁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AT&T는 TV, 브로드밴드, 컴캐스트 등을 분사하기 전인 80년대 초반까지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유지했었다.
에너지 관련 업체의 시련은 이날도 계속되며 증시를 압박했다. 정유 서비스 및 시공 업체인 할리버튼은 SEC가 회계 처리 관행에 대해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3.7% 하락했다. 할리버튼은 수일 내 SEC가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정식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할리버튼은 98년 이후 일부 공사의 비용 초과분을 매출로 계상하는 방법으로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딕 체니 현 부통령은 95년부터 2000년까지 이 회사의 CEO를 맡았었다.
천연가스 중개 업체인 엘 파소는 에너지 중개 부문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올해와 내년 회계연도 순익이 월가 기대치를 크게 밑돌 것이라고 경고했다. UBS워버그는 엘 파소의 투자 의견을 '강력 매수'에서 '보유'로 강등시켰고, 엘 파소 주가는 23.4% 폭락했다. 엘 파소는 전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5억 달러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고 8억 달러 상당의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엘 파소는 이날 에너지 중개 부문에서 직원의 절반 수준인 3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지난 24일 에너지 거래 매출을 부풀렸다는 점을 시인하고 CEO가 사임했던 CMS에너지는 부채 상황을 위해 정유 및 가스 개발 부문의 자산 매각 규모를 예상보다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2.8% 하락했다.
세계 최대 광네크워크 장비업체인 노텔 네트웍스는 세계적인 텔레콤 업계의 부진으로 인해 이번 분기 매출 전망치를 소폭 하향, 6.75% 급락했다. 노텔은 이번 분기 매출이 당초 전분기(29억 1000만달러)와 같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날 비슷하거나 5% 감소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광 통신 부문의 회복이 내년 말 또는 2004년 초반까지 회복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부문에서 3500명 이상을 추가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00년말 9만4500명까지 늘어났던 노텔의 직원은 4만200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네트워킹 장비업계 1인자인 시스코 시스템즈는 메릴린치가 회계 처리를 계속 주시하겠다고 지적한 게 부담이 돼 4.5% 떨어졌다. 메릴린치는 시스코가 최근 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는 이상이 없으나 보유 현금이 매우 높은 상태라며 경고 메시지를 냈다. 경쟁업체인 JDS 유니페이스는 CSFB가 투자 의견을 '매수'로 낮추는 한편 주가 목표치를 10달러에서 7달러로 하향 조정, 5.5% 떨어진 3.77달러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