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5일제` 고개숙인 재계

[기자수첩]`주5일제` 고개숙인 재계

송광섭 기자
2002.07.10 12:45

[기자수첩]`주5일제` 고개숙인 재계

주5일제 근무에 대해 강경 입장을 고수하던 재계가 9일 돌연 공동입장 표명을 취소했다.

간담회를 갖기로 결정한지 만 하루만이다. 재계는 이날 경제5단체장들의 '월드컵 이후 노사안정을 위한 경제계 제언'이란 성명서 발표에 이어 다음날인 10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주도로 경제5단체 상근부회장들이 모여 공동입장을 표명할 예정이었다. 당초 경제단체들은 주5일제 시행에 따른 불편과 은행권이 먼저 실시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심지어 우체국이나 외국은행으로 거래처를 옮길 수 있도록 회원사를 독려하겠다며 초강경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었다.

취소 이유는 간단하다. 더 이상의 언급은 회피한채 상근부회장들의 지방-해외 출장으로 일정이 서로 맞지않아 연기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저 한 단체의 일정 변경으로 넘어가기엔 왠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실제 실무를 진행하느라 일정이 빡빡한 경제단체 상근부회장들이 모임을 갖기위해선 여러차례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기협의 변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이런 가운데 취소배경을 놓고 이런저런 얘기가 업계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이미 대세로 굳어진 주5일제 근무 시행에 대해 재계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때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주5일제는 이미 노사정 합의에 따라 확대 시행 수순을 밟고 있다.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냐는 해석도 있다. 정부로부터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이냐라는 모종의 압력을 받지 않았냐는 것. 이에 대해 중기협 관계자는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환율 1200선 붕괴로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발등의 불을 끄는 것이 급선무기에 입장표명을 뒤로 미룬 것이란 해석도 있다. 여기에 재계는 올들어 부쩍 증가한 불법파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정-재계 유착 고리라는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던 경제단체들. 그러나 자유경제를 외치며 제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중요행사의 돌연 취소는 뭔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이날 롯데호텔에서 회의를 마친 경제5단체장들은 회의장소인 36층에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은뒤 1층 문이 열리기까지 서로 아무말도 건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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