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중)[기자수첩] 당당하지 못한 예금보험공사
“절대로 명단을 통보한 일이 없습니다” 제일은행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6개 은행의 퇴직임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대상자 명단을 통보한 뒤 예금보험공사 박시호 조사부장이 한 말이다.
해당 은행들이 명단을 받아들고 퇴직 임원들에 대해 소송을 해야한다는 부담감과 소송비용, 승소 불투명 등의 문제로 난감해하고 있을 때 예보는 그렇게 시치미를 뗐다.
예보의 이같은 행동은 금융권에서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책임문제가 불거지자 예보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정치적 제스처 차원에서소송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이 더욱 타당성을 갖게 만들고 있다. 예보가 뭔가 숨긴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예보는 이에 앞서 지난 5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귀책대상자 조사를 실시하면서 문책적 경고를 받은 임원들 뿐만 아니라 주의적 경고를 받은 임원들까지 범위를 확대, 재산을 가압류하도록 은행들에 요구해 놓고서도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예보는 지금까지 공적자금 회수나 부실기업주 문책 관련 사실이 있을 때면 실적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 `성과'를 자랑스럽게 알리는 등 치적을 감추지 않고 공개해 왔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예보의 은행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요구가 공적자금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경우 예보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예보는 부실관련자 명단을 통보만 해놓고 나면 나머지는 소송을 하든 말든 은행의 책임이 되므로 예보로서는 할일을 다한 셈이 된다. 예보가 툭 던져준 명단을 들고 은행원들만 난처해 하며 '대주주' 예보의 눈치를 볼 뿐이다.
예보가 일부의 지적처럼 은행원을 공적자금의 책임을 대신 지는 '정치적인 속죄양'으로 만드는 일의 하수인이 아니거나 또는 자신들의 책임회피를 위한 소송대상자 선정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예보는 좀더 당당해져야 한다. 왜 쉬쉬하고 거짓말까지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