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악의 꽃, 스톡옵션

[기자수첩]악의 꽃, 스톡옵션

이웅 기자
2002.08.09 12:11

[기자수첩]악의 꽃, 스톡옵션

스톡옵션(주식매입 선택권)이 열심히 일한 당신에겐 돈벼락을 내리는 '마법의 지팡이'로, 기업들에겐 성공을 보장하는 '절대 반지'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누군 입사 하자마자 억대의 돈을 거머쥐었다는 소문(?)을 다음날 일간지에서 확인하고 가슴에 바람이 들던 때다. 당시 스톡옵션은 미국의 10년 장기호황을 일궈낸 신경제의 꽃이었으며, 후발 주자들에겐 기술강국의 약속이었다.

그러나 '그' 스톡옵션은 이제 '악의 꽃'으로 전락했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드러난 미국 기업들의 부패상이 경영자들의 '탐욕'에서 비롯됐으며, 탐욕을 부추긴 주범이 스톡옵션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미국의 유력 경제지 포춘은 "무분별한 스톡옵션 지급과 이를 비용처리하지 않은 것이 모든 회계부정의 모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스톡옵션에 관한 최대 이슈는 '비용처리' 여부다. 비용처리를 하지 않을 경우 기업실적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미국 기업들이 회계상의 혼란과 적절한 가치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비용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일찌감치 비용처리를 제도화한 한국은 나은 편이지만, 영향이 없는 건 아니다. 과거 미국을 쫓아 스톡옵션의 회계상 비용을 최소화하는 걸 미덕으로 삼던 금융감독원은 최근 기업들의 비용처리 규모가 턱없이 적다며 태도를 바꿨다.

스톡옵션은 한마디로 보너스를 자사 주식으로 대신 주는 것이니 급여나 마찬가지다. 김정태 국민은행 행장은 지난 98년 '월급 1원+스톡옵션 40만주'로 주택은행(현 국민은행) 행장에 취임, 스톡옵션의 본격적인 한국 상륙을 선언했다. 때문에 첫 임기 3년간 그의 명목상 급여는 36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스톡옵션(행사가 5000원)을 반영한 세전 실급여는 현 주가(8일 51800원) 기준으로 187억2000만36원이다. 그러므로 김 행장의 실제 월급은 1원이 아니라 5억2000만1원인 셈이다. 국민은행은 행장의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하고 있다.

지금 미 기업들의 문제는 이렇듯 뻔한 걸 하지 않겠다는데 있다. 이유야 어찌됐던 '트릭'이 숨겨진 회계장부를 누가 믿겠는가. 더우기 '신뢰'라곤 뼈만 남은 월가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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