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의 자만

[기자수첩] 현대차의 자만

이승호 기자
2002.08.16 13:22

[기자수첩] 현대차의 오만(제목 바꿔주시길)

기업실적발표 마감일인 지난 14일 지하철에서 두통의 전화를 받았다. 출근길에 받은 전화는 `현대자동차의 상반기 실적 공시가 나와 내근자가 속보를 먼저 올렸으니, 상보를 쓰라'는 회사의 지시였다.

퇴근길에는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기자의 기사를 읽었다는 한 투자자가 전화를 했다. 머니투데이 웹 사이트에서 그 투자자가 읽었다는 기사는 `현대차가 GM이나 포드보다 5배나 많은 2500억원에 가까운 폐차충당금 뿐 아니라 지난해보다 50%가 많은 5900억원의 판매보증충당금을 적립함으로써 이익 규모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 는 내용의 분석기사였다.

전화를 건 중년의 투자자는 `주주와 회사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인지'를 궁금해 하며 하소연을 늘어놨다.

"최근 현대차 주가와 외국인 지분율을 보라. 4월에 5만원대를 기록한 이후 지금은 3만2000원으로 빠졌다. 대부분 종목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강한 상승세를 기록한 이날에도 현대차는 하락했다. 외국인 지분도 5월 54%대에서 현재는 49%대로 낮아졌다. 이런데도 현대차는 뭐하자는 것인가."

이날 기사를 올린뒤 현대차로부터 `너무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기사를 접근하는 것이 아니냐'는 조언(?)을 들었던 기자로서는 이 투자자에게 어떤 말을 해줄지 순간 고민에 빠졌다.

사실 현대차의 충당금 적립은 양면성이 있는 사안이다. 이익축소로도 볼 수 있고 미래가치를 올리기 위한 대비로 해석할 수도 있다.그러나 이 투자자와 통화하면서 `진짜 문제는 투자자와 시장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려는 현대차의 오만한 자세'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전화를 끊고는 `현대차가 진정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오너 회장을 정점으로하는 내부지향적 조직이 되기 보다는 시장과 고객, 주주들을 우선 바라보는 겸손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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