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헌 술을 새 부대에

[기자수첩]헌 술을 새 부대에

이웅 기자
2002.12.1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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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헌 술을 새 부대에

부시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아버지의 길을 가는 것이다. 아버지 부시는 경제 실정에 발목이 잡혀 재선에 실패하는 뼈아픈 경험을 남겼다. 부시가 만사 제쳐두고 '감세' 같은 단기부양책에 목을 매는 것도 납득이 간다. 어떡해든 2004년 대선 전까지 경제회복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재선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봉책'만으로 실효를 거둘 지 대다수가 회의적인 반응이다.

최근 단행한 부시의 경제팀 개편은 월가에 한번의 실망과 한번 기대를 안겨줬다. 존 스노 신임 재무장관에 대해선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냉담한 반응 일색이다. 뜬금없이 무명의 철도회사 경영자가 등장한 것도 마뜩지 않은데다 공직으로 영전시 회사로부터 특별 보너스까지 받기로한 사실이 드러나 월가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졌다. 반면 뉴욕증권거래소의 회장을 지낸 바 있는 윌리엄 도널드슨 신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환대받는 편이다. 스티븐 프리드먼 백악관 경제수석 내정자는 최종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다.

전임자인 폴 오닐 재무장관과 로렌스 린지 백악관 경제수석, 하비 피트 SEC 위원장은 부시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조했었다. 다만 문제는 거듭된 실책으로 월스트리트(금융권)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는 물론 미 의회에서도 신망을 잃어버렸다는 것. 지난 여름 잇단 기업 스캔들에 대한 늑장 대처도 주요 실책 중 하나였다.

이번 경제팀 개편은 미 경제에 새 처방을 내놓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존 처방의 약효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말하자면 술은 그대로고 부대만 바뀐 셈이다. 새 경제팀이 미 경제의 꼬인 매듭을 풀 것으로 기대하긴 힘들다는 비관은 이 같은 판단과 맞닿아 있다.

능력에 상관없이 다 짜여진 판에선 운신의 폭이 극히 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가장 기대하는 '감세안'마저 재정적자와 샴쌍둥이 격이어서 지금으로선 '차려진 밥상'도 제대로 받기 힘든 형편이다. 여기다 앞서 철강관세에서 보듯 경제까지 힘의 논리로 푸는 부시의 막가파식 정책 운영까지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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