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기고]금융선진화의 요건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은 자금의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자금의 수급을 중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금융행위에 특화하여 자금수요자와 공급자에 대한 정보를 종합하고 개인이 수행하기 곤란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경제적인 관점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금융기관의 존립이유라 할 수 있다.
또 금융기관은 속성상 다른 업종의 기업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둘러싸여 있다. 주주와 종업원은 물론이고, 예금자 등 채권자와 대출자를 중심으로 한 채무자를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여러 측면의 당사자를 상대하는 만큼 수익성 뿐 아니라 공공성, 건전성, 안전성, 유동성 등 일반기업에 요구되는 사항 이외의 별도기준이 엄격하게 요구된다.
사실 IMF체제 이전에는 금융기관에 대해 수익성이나 안전성 보다 상대적으로 공공성을 우선하고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금융산업의 국제화, 개방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는 시점에서는 이전처럼 우리 자체적인 기준만을 가지고 외국금융기관의 진입을 통제하거나 국내금융기관을 보호할 명분이나 수단이 마땅치 않다. 따라서 국내금융기관이 공정한 경쟁의 논리를 바탕으로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과 경쟁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기준에 입각한 감독을 받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오늘날 선진금융기관은 별도의 자금부담 없이 자신의 신인도를 활용해 고객에게 금융서비스를 공여하거나 특정 금융상품의 가격에 연동하여 다른 무형의 상품에 대한 개념적인 가격을 정하여 사고 파는, 소위 파생상품을 개발하여 시장에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 증권, 부동산 등 비지니스가 가능한 거의 모든 분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이처럼 업무영역을 확장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수익원을 다변화하고자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위험을 분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사항은 자신의 능력에 맞게 업무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금융선진화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는 각 금융기관은 특정 업무영역이나 시장에 특화할 필요가 있다. 가계를 주 고객으로 하는 예대업무, 기업을 상대로 하는 기업금융업무, 기업이나 다른 금융기관을 상대로 하는 국제투자업무,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수수료수입을 주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업무 등 금융기관별로 특정 업무영역에 대한 강점을 살려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는 우수한 인력의 확보 및 양성이 필수적이다. 금융산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유형의 재화를 생산하지 않고 무형의 서비스를 공급한다는 데 있다. 오늘날의 첨단금융상품은 고도의 수학적 논리와 첨단 컴퓨터의 도움 없이는 개발은 물론이고 이해하기 조차 어려울 뿐만아니라 내재돼 있는 리스크를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의 육성과 그들의 창의력이 살아 숨쉴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풍토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끝으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자본주의 기업의 일반적인 문제인 대리인 문제와 모럴 헤저드를 동시에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되어야 한다. 자본주의의 첨단을 걷고 있는 미국에서 조차 일부기업에서 부실회계 등 모럴 헤저드가 발생하고, 그동안 대리인 문제를 해소할 중요수단으로 인식되어온 스톡옵션제도가 오히려 부실회계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님은 분명하다.
결국 금융산업은 사람에 의하여 발달되고 사람에 의하여 관리 및 통제가 이루어지는 만큼 인재의 육성과 인적자원에 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