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美-北 "치킨 게임"

[기고]美-北 "치킨 게임"

박 진
2003.01.17 12:30

[기고]美-北 "치킨 게임"

경제학 이론 중에 담력게임(chicken game)이라는 것이 있다. 두 대의 차가 마주 보고 돌진하다가 먼저 피하는 쪽이 패배한다는 설정이다. 죽음을 불사하고 질주했을 때 상대가 다행히 피해 줄 경우 멋진 승리자가 되지만 만약 충돌하게 되면 죽음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이것이 두려워 먼저 피하면 체면손상과 함께 패배자가 된다. 지금 미국과 북한은 상대가 먼저 제네바 합의를 깼다며 양보를 요구하며 돌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다가 핵개발과 군사행동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과연 북한 핵 문제는 어떻게 진전될까.

 

경제학은 담력게임에 임하는 선수들이 혼합전략(Mixed strategy)을 쓴다고 가르친다. 늘 유리한 전략이 있는 것이 아니며 질주 및 회피의 가능성이 모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확률은 미국과 북한의 이해관계 다시 말하면 최종 목표에 달려 있다.

 

첫째, 북한의 목표는 핵무기 개발인가 아니면 이를 이용한 체제 보장인가? 만약 북한이 반드시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미북은 군사적 충돌을 불사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북한의 의도파악을 위해 북한경제를 돌아보자. 북한은 1990년 구소련 붕괴부터 1998년까지 9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1999년부터는 광업 및 건설부문의 성장에 힘입어 연평균 3~4%의 성장을 이루어 1995~97년 중 겪었던 최악의 상황은 면하고 있기는 하나 외자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도 커져 있다.

일례로 2000년의 무역총액은 20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외채 규모는 125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거듭된 식량생산의 부진으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인구의 30%인 650만명이 기아위기에 빠져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이 작년 발표한 경제관리개선조치나 달러화 사용금지 조치도 북한내 달러화를 공식부문으로 끌어 내려한 고육지책이었다. 북한은 또한 지난 해 9월의 신의주 특구 지정, 10월 일본과의 수교협상 개시 그리고 남한으로의 경제시찰단 파견, 11월 금강산 및 개성특구 지정 등 경제회생을 위한 노력을 강화시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북한이 핵무기 개발로 돌진할 때 미국의 태도는 어떨 것인가? 미국은 이라크 등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경우 북한은 두말할 것 없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나 미국이 담력게임에 굴복하여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도록 용인한다 해도 북한의 식량 및 전력부족 등 경제난은 해결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미국의 태도와 관계 없이 북한에 있어 핵 개발은 그리 유리한 선택이 아닌 것이다. 북한이 지난 12월 핵 동결 해제 조치 이후 일관되게 전력생산이 목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경제지원 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인가 아니면 김정일 위원장을 제거하는 것인가? 만약 후자라면 미국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그 목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미국은 핵 포기의 대가로 경수로 2기를 지어주는 1994년 제네바합의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 왔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김정일 위원장 축출로 돌진할 경우 북한도 군사대응을 불사할 가능성이 높아 미국으로서는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다.

 

북한은 핵 개발 프로그램을 시인했다는 점에서는 제네바 합의 위반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 역시 ‘악의 축’ 발언이나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핵태세검토(NPR) 보고서 등을 감안할 때 북한으로 하여금 체제불안을 느끼도록 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북한은 핵개발 계획과 기타 군사적 위협요소를 폐기하고 미국은 북한의 안보를 보장하는 동시에 북한의 에너지 문제를 도와주는 방향으로 물꼬가 터질 것으로 낙관한다. 물론 이러한 해결에 이르기까지 다소의 출렁임은 있을 것이나 그럴 때마다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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